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CFO 전면배치 실험, 재무건전성 효과는 '글쎄'

곽승환 두산건설 부사장 부채비율 되레 증가, 김민철 ㈜두산 부사장은 제자리걸음


[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재무불안 타개를 위해 커내 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계열사 전면배치 효과가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재무건전성 확보가 가장 큰 당면과제라고 보고, CFO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모든 상장 계열사에 CEO-CFO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두산그룹 상장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 ㈜두산의 부채비율은 나빠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오리콤은 부채비율 개선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194.7%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24.9%로 30.2%p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도 30.3%에서 33.1%로 9개월 만에 2.8%p 늘었다. 두산건설은 CFO인 곽승환 부사장이 2016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이병화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이어오고 있지만 실적부진과 맞물려 재무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장기간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지난해에도 920억 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 최형희 부사장을 각자대표이사에 선임한 두산중공업도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1987년 ㈜두산에 입사한 최 부사장은 ㈜두산 지주부문과 두산인프라코어에서 CFO를 지냈다. 두산중공업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7년 말 280.2%에서 2018년 3분기 말 270.4%로 9.8%p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연결회사에 기댄 측면이 크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62.9%에서 161.6%로 1.3%p 감소에 그쳤고, 부채규모는 4145억 원 증가했다.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특히 재무부담 등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우려가 가중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낮췄다.

지난해 3월 김민철 CFO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도 2017년 말 278.4%였던 부채비율이 2018년 3분기 말 277.0%를 기록, 제자리걸음을 했다. 같은 기간 부채규모는 4906억 원 늘었다. 또 총차입금이 12조6550억 원에서 13조1991억 원으로 증가해 차입금의존도가 43.9%에서 44.8%로 상승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재무개선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초 CFO 고석범 전무를 대표이사에 앉힌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223.8%에서 지난해 9월 말 209.8%로 14.0%p 줄었다. 

두산밥캣도 80.4%였던 부채비율을 74.9%로 떨어뜨렸다. 특히 두산밥캣은 2015년 말 103.7%였던 부채비율을 3년 만에 30%p 가까이 줄였다. 두산밥캣은 박상현 CFO 부사장이 스캇성철박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 ㈜두산 지주부문 CFO를 거쳐 2017년 말 두산밥캣에 합류했다.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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