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하는 한화 금융계열사 지배구조가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템에 따르면 한화증권은 최근 공시를 통해 한화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는 거래 주식 수는 총 4210만5264주로, 금액 규모는 1000억 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의 현 발행주식 수(1억7724만2511주)의 23.8%에 달하는 4210만주를 보유하게 된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로 지분율 19.6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가 향후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중간 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한화생명은 직접적인 지출을 하지 않고도 한화투자증권을 손자회사로 두며 직접 영향권에 두게 됐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7%의 지분율을 확보한 한화가 최고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한화는 다시 한화건설(100%)과 한화테크엠(100%), 한화호텔앤트리조트(50.62%), 한화이글스(40%), 한화케미칼(36.51%), 한화에어로스페이스(33.03%)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줄곧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던 것은 금융계열사다.
그 중 한화케미칼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쿠셀앤드첨단소재(구 한화첨단소재)를 통해 한화투자증권(15.5%)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한화그룹이 오는 10월까지 금산 분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었다.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투자증권이 한화생명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면서 중간 금융지주 설립에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타 대기업의 경우 증권사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이거나 보험사다.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모기업의 자본력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때문에 보험사나 지주사가 아닌 자산운용을 최대주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 삼성생명을,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한국금융지주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RBC비율은 대표적인 자본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RBC비율은 100%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13.6%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을 63%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IFRS17 도입시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RBC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한화생명이 직접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할 만큼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다.
때문에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남은 것은 한화저축은행이다.
한화금융계열사 가운데 한화생명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지 않은 것은 한화저축은행이 유일하다. 한화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38.14%를 보유한 한화건설이며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도 36.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화생명은 한화63씨티(100%)와 한화자산운용(100%)을 비롯해 한화라이프에셋(100%), 한화손해사정(100%), 한화금융에셋(100%), 한화손보(51.35%)를 보유하고 있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