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40%이상 급감했다. 대표이사 7년차로 장수CEO 반열에 든 박윤식 대표는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화손해보험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박윤식 대표이사 취임 이후 증가세를 보여왔던 당기순이익이 하락 전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손보의 당기순익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박 대표는 1967년생으로 경기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1988년 제일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동부화재를 거쳐 2013년 한화손해보험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그 해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실적 개선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1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8년 3월 연임되면서 2020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한화손보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박 대표의 경영 능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박 대표는 한화그룹의 총수의 장기부재로 그룹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화손보의 수장이 됐다. 박 대표 취임 첫해 한화손보는 3조135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 -468억 원, 당기순이익 -41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 12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 957억 원, 2016년 1116억 원, 2017년 1476억 원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4년 연속 순익 증가라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계속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44.6%나 급감하면서 2014년 이후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기준 한화손보의 매출 규모는 5조6025억 원. 영업이익 1105억 원, 당기순이익 817억 원이다. 매출은 직전년도(5조2914억 원) 대비 5.9%늘었지만 영업이익(1975억 원)과 당기순이익(1476억 원) 대비 각각 44.1%, 44.6%씩 급감했다.
박 대표 취임 이후 한화손보의 실적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매출액은 취임 첫해였던 2013년 3조1351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7억 원, 128억 원을 기록했던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4년 퇴보했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측은 발생손해액 증가로 인해 이익이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폭설과 폭염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이 작성한 한화손보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한화손보의 손해율은 86%로 직전년도 동기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9.8%로 전년 동기보다 12.5%포인트나 상승하면서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장기보험 역시 1년 전보다 2%포인트 상승한 84.5%였다.
그러나 한화손보의 실적 악화는 동종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데이터뉴스가 당기순이익 상위 6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잠정실적을 공시한 5곳의 순이익 추이를 살펴본 결과, 총 순익 규모는 2조302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손보의 순익 감소율(44.6%)과의 격차는 29.3%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2018년 기준 손보업계 순이익 부문 1위인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1조73억 원으로 직전년도(1조553억 원) 대비 1.7% 증가했다.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은 직전년도(6691억 원) 대비 19.5% 감소한 5389억 원, 3위인 현대해상은 4644억 원에서 19.6% 줄어든 373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는 3846억 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2347억 원으로 39%가량 감소했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4개 손해보험사가 모두 순익이 줄어들었으나 한화손보의 순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셈이다.
때문에 3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박 대표의 위기 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을 맞고 있다. 올해 역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으로 업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여서 박 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