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엑스의 디지털 엑스레이·CT 기반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이스라엘의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 개발기업 나노엑스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고 5일 밝혔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는 필라멘트 기반 아날로그 방식 엑스레이 촬영을 반도체의 나노 특성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차세대 의료장비 기술이다. SK텔레콤은 국내외 독점 사업권을 확보해 한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나노엑스는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 발생기 상용화 및 양산에 근접한 유일한 기업이다. 후지필름, 폭스콘 및 요즈마그룹 등 유력 투자회사가 이 기업에 투자했으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나노엑스의 기술 잠재력과 혁신성을 확인하고, 초기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나스닥 기업공개 사전투자에도 참여하며 2대 주주가 됐다. 누적 투자액은 2300만 달러(약 282억 원)다.
일반적인 엑스레이 촬영기기는 구리와 텅스텐 등으로 구성된 필라멘트를 최고 섭씨 2000도 가열해 전자(Electron)를 생성하고, 이를 빠르게 회전하는 애노드(Anode)로 쏘아 보내 엑스레이를 발생시킨다. 이후 일정 시간 피사체에 노출시켜 결과물을 만든다.
반면, 나노엑스의 디지털 엑스레이는 손톱 크기의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한다. 반도체 속 약 1억 개의 나노 전자 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찰나에 전자를 생성하고, 엑스레이로 전환해 촬영한다. 필라멘트를 가열하거나 애노드를 빠르게 회전시키는 단계가 없다.
▲아날로그 엑스레이와 디지털 기술 엑스레이의 특징 비교 / 자료=SK텔레콤
해외에서는 이 기술을 에디슨 전구가 LED로 진화했던 ‘빛의 혁신’에 견줘 아날로그 방식 엑스레이 촬영을 125년 만에 디지털화한 ‘보이지 않는 빛의 혁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노엑스는 ‘디지털 엑스레이·CT 기반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Nanox.ARC)’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와 제품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기기는 아날로그 제품보다 선명한 화질로, 최대 30배 빠른 속도로 촬영한다. 방사능 노출시간을 1/30으로 줄이면서 가슴을 누르는 통증 없는 비접촉 엑스레이 촬영도 가능하다.
1회 촬영비용이 기존이 10%에 불과해 소형 의원이나 의료 부담이 큰 국가에서 엑스레이·CT 촬영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존 엑스레이 촬영장비의 대형 냉각장치가 필요 없어 기존 1톤 무게의 장비를 200킬로그램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ADT캡스, 인바이츠헬스케어 등 ICT 패밀리사와 함께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보안·산업용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장비를 앰뷸런스에 탑재하고 5G 및 클라우드와 연동한다면, 환자 이송 중 응급의료팀과 원내 전문의가 고품질의 엑스레이·CT 촬영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골든타임 내 응급 영상 촬영이 필수적인 뇌졸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공항, 전시장, 공연장, 경기장 등에 3D 엑스레이 보안기기를 보다 간편하고 넓은 범위에 설치할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부품 생산공장의 엑스레이 활용 품질검사, 반려동물용 영상진단기기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나노엑스 지분 투자 외에 사업도 직접 나선다. SK텔레콤은 나노엑스로부터 차세대 영상촬영기기의 한국, 베트남의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향후 해당 국가의 사용 허가 절차를 거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나노엑스는 한국을 차세대 장비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논의 중이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첨단 바이오 기업과도 협력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나노엑스의 반도체 팹이 한국에 건설되면 차세대 의료사업 개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ICT 및 첨단기술로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양사 철학이 맞닿아 있다”며 “차세대 의료기술과 5G, 인공지능을 융합한 결과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