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설립 이후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대한민국 대표 장수기업 하이트진로가 20일 창립 96주년을 맞았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하이트를 앞세워 2000년대 후반까지 소주와 맥주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며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난 10여 년 간 맥주 경쟁사의 추격에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하이트진로는 어려운 시간을 극복해오다 지난해 3월 호주 청정지역에서 자란 맥아 100%로 만든 청정라거-테라를 출시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테라는 출시 14개월 만인 지난 5월 말 기준 8억6000만 병이 판매됐다. 초당 22.7병(330ml 기준)을 판매한 셈이다. 테라는 하이트진로 맥주 브랜드 중 출시 초반 가장 빠른 판매속도를 보이며,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진로’ 역시 뉴트로 콘셉트로 70, 80년대 디자인을 복원, 재해석해 2030세대에게는 새로움을,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진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 판매 돌파, 출시 13개월 만인 지난 5월 기준 3억 병 판매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4년 뒤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100년을 맞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긴 역사만큼이나 국내 주류사에 많은 ‘최초’ 기록을 남겼다.
◆국내 최초의 주류회사(1924년 10월 3일)=하이트진로는 1924년 10월 3일 평안남도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眞泉釀造商會)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진로가 탄생했다. 진로(眞露)의 제품명은 생산지인 진지(眞池)의 ‘眞’과 순곡(純穀)으로 소주를 증류할 때 ‘술방울이 이슬처럼 맺히는’ 제조방식에 따라 ‘이슬 로(露)’자를 합쳐 지었다. 진천양조상회는 한국전쟁 후 서울로 사업장을 옮겼고,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50년간 소주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참이슬’은 2001년 이후 18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 최초의 맥주회사(1933년 8월 9일)=하이트진로는 1933년 8월 9일 당시 경기도 시흥군 영등포읍에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에서 시작한다. 조선맥주는 자본금 600만 원, 공장규모 10여만 평으로, 당시 매우 큰 규모의 건설물로 회자됐다. 조선맥주는 국내 최초 비열처리맥주 ‘하이트’로 맥주업계 1위를 탈환한 후 1998년 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바꿨다.
◆국내 최초 광고 CM송(1959년 11월)=대한민국 최초의 CM송 ‘차차차’는 라디오와 TV에 소개되자 유행가로 따라 부를 만큼 크게 히트했다. 재미있는 가사와 신나는 멜로디는 술과 전혀 상관없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애창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제품, 광고시간에 대한 규제가 약하던 시절 만들어진 이 광고는 극장용으로도 제작돼 큰 호응을 받았다. 차차차는 우리나라 광고사에도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차차차 이후 많은 기업이 광고 CM송을 채택하게 된다.
◆국내 최초 맥주 해외수출(1962년 3월)=조선맥주는 1962년 3월 국내 최초로 병맥주 등을 해외로 수출한다. 당시 조선맥주는 주한 UN군의 군납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UN이 갖고 있는 국제정치적 권위를 고려해보면, 주한 UN군 납품이 국내 최초 맥주 수출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또 진로는 1968년 베트남 파견군인을 위해 진로소주를 첫 베트남에 수출했는데, 동남아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1972년 인삼주 개발과 동시에 해외영업부를 신설해 다양한 주류를 수출을 진행해 현재 하이트진로의 해외진출 시장의 기반을 구축했다.
◆국내 최초 주류연구소(1974년 12월)=1970년 삼학을 제치고 소주시장 1위로 성장한 진로는 축적된 양조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1974년 12월 대한민국 최초의 주류연구소를 연다. 이 연구소는 대한민국 주류사에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하며 소주, 와인, 기재주등 대한민국의 유명한 주류를 개발한다. 여기서 미래를 준비한 제품들이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증류주 시장을 석권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참이슬’과 ‘진로’다. 이 연구소는 하이트진로 그룹 출범 후 맥주, 소주를 망라하는 국내 최대 주류연구소로 발전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