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경의 야생화 산책] 산골짜기 계곡에 흐드러지게 피는 '물봉선화'

'물봉선화' 입니다. 쌍떡잎식물이며 물봉선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물봉선화는 주로 산골짜기의 계곡 주변이나 습지에서 무리 지어 자랍니다. 곧게 뻗어 나온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높이는 60cm 내외이고 큰 것은 1m까지도 자랍니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며, 길이가 6~15cm 정도인 넓은 바소꼴이고, 가장자리에는 가는 톱니가 있습니다.

수술은 3개이고, 하얀 꽃밥은 하나로 합쳐져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아래쪽 두 장의 꽃잎은 곤충이 내려앉기 좋도록 한 것이고, 안쪽의 꿀주머니가 길게 뻗은 것은 곤충이 꿀을 따러 들락거리는 동안 꽃가루가 쉽게 묻도록 한 것이라니, 이 작은 꽃 한 송이에도 자연의 오묘한 지혜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열매는 삭과(蒴果, 익으면 껍질이 말라 쪼개지면서 씨앗을 퍼뜨리는 열매 형태)로서, 터지면 탄력을 가지고 씨앗을 날려 보냅니다.

물봉선화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touch-me-not)'입니다.

아마도 씨앗의 이런 특징에서 나온 꽃말이겠지요?

박효숙 시인은 '물봉선화'라는 제목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산들바람 새털구름 사이로 어김없이 네가 오는구나/ 가녀린 허리, 고운 얼굴의 누이처럼 오는구나/ 새끼손가락에 꽃지짐 해주던 버선발의 누이로 오는구나/ 아침이슬처럼 가만 가만히 오는구나”

곰곰이 읽어보면 꽃의 가냘픈 생김새와 자라는 환경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듯도 합니다.

유사 종으로는 가야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등이 있습니다.

한국,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하는데, 잎과 줄기는 염료의 원료로 쓰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