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각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가칭)’와 ‘SK이엔피(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두 사업의 분할이 결정됨에 따라 향후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 역할을 수행하는 지주회사로서 기업가치 제고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린 영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사업개발 및 인수합병(M&A) 역량 강화를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LiBS)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새롭게 추진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도 본격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두 사업의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두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되는 회사로 각각 이전된다.
SK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SK이엔피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CCS(Carbon Capture & Storage, 탄소 포집∙저장)사업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더욱 폭 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중심의 성장전략을 가속화해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분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α’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톱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 200GWh에 이어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시켜 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에는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해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BaaS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의 실행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한편, 배터리 사업의 ESG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 상시적인 배터리 생애주기 측정(LCA)과 개선을 추진하고, 이에 기반해 2030년 RE100 달성 추진 및 2035년 카본 넷 제로 달성 목표도 수립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E&P 사업의 분할에 대해 "카본을 그린으로라는 그린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을 통해 E&P 사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E&P사업은 이미 지난 5월 CCS 사업 관련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그린 비즈니스 분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