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부부 공동의 의무, '피임'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신한 15~44세 기혼여성의 29%가 사산, 자연유산 또는 인공 임신중절(낙태)로 아이를 낳지 못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여성들 중 19.2%가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것.

기혼여성의 인공 임신중절 경험률은 98~90년대 초반 50%대에서 △2003년 39% △2003년 40% 지난해 34%로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높다. 특히 기혼 여성의 인공 임신중절 이유 중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30%)'가 가장 수위를 차지해 심각성이 대두된다.

우리나라의 인공 임신중절은 모자보건법상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법이다. 저출산이 문제시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전히 낙태가 많다는 사실은 '피임'이 제대로 정착하지 않았다는 증거. 실제로 지난해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여성의 43.5%가 피임을 하지 않았고, 56.5%는 피임을 했지만 실패한 케이스다.

성인 성교육 전문가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상담을 받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인공 임신중절을 피임의 한 방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 임신중절은 여성에게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 중 마취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자궁천공이 될 수도 있다. 또 자궁무력증에 걸려 향후 자연유산이 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우울증이나 죄의식에 빠져 고통 받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그는 "미혼여성의 '낙태'도 문제가 많지만, 결혼한 부부가 피임에 대한 준비 없이 한 생명을 만들어내고 그 해결책으로 '인공중절'을 택하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남성들의 적극적인 '피임' 동참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한국 남성들이 단지 느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꺼리고 있다. 우리나라 남성의 콘돔 사용률은 2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배 소장은 "콘돔은 원치 않은 임신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본인과 사랑하는 사람의 성 건강을 지켜주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들도 정확한 피임법을 인지하고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을 찾을 의무가 있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점액관찰법이나 기초체온법 등도 안전한 피임법이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우 본인의 배란일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배 소장은 "자신의 생리주기를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체크한 후 자연 피임법을 사용하라"고 충고했다.

또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불임이 된다거나, 기형아를 낳는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어 복용을 꺼리는 데 염려할 필요가 없다. 피임약이 여드름을 악화시키거나 체중을 증가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이는 복용 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실제로 먹는 피임약은 1년 동안 규칙적으로 복용했을 경우 임신하게 될 확률이 100명 중 1명 이하인 매우 효과적인 피임법이다. 배 소장은 "외국에서는 피임약을 의사가 처방해준다"며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고, 올바르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피임은 아내의 몫도 남편의 몫도 아닌 '부부'의 공동의무다. 부부가 사랑의 기쁨과 위안을 함께 했듯이 책임도 나눌 필요가 있다. 책임있는 '피임'이야말로 안타까운 '생명'의 희생을 막는 우리 모두의 의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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