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최근 파격적으로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꼽힌다. 주요 계열사 CEO의 40%를 물갈이하고, 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이른바 이명희 회장의 사람들이 전면에 부상한 이번 인사에서 그룹 외부 출신으로 유일하게 생존했다. 더구나 외식사업을 하는 신세계푸드와 함께 주류 기업 신세계L&B까지 이끌게 됐다. 송 대표가 고전하고 있는 신세계의 주류사업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세계L&B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2000억 원) 대비 3.2% 증가한 206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전년(212억 원) 대비 45.3% 감소한 116억 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66억 원으로, 전년(155억 원)보다 57.4% 하락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급증한 물류비 등이 발목을 잡았다. 현지 와인 제조사들이 납품 가격을 올린 것도 악재가 됐다.
신세계L&B는 2008년 설립된 주류 유통 전문기업으로, '와인앤모어'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종합주류기업을 표방하며 소주와 맥주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L&B를 맡게 된 송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지난 2020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신임을 받고 신세계푸드 대표에 선임됐다. 그는 식·음료 업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불린다. 맥도날드, 피자헛, 오비맥주 등 해외 주요 식·음료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신세계푸드 CEO를 맡은 뒤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을 67개에서 200개로 늘리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한 달가량 앞당겨 실시된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는 이명희 회장 직속인 신세계그룹 전략실 출신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 가운데 송 대표만 외부 출신으로 분류된다. 외형 성장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기에 파고를 피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결과, 송 대표는 신세계L&B의 실적을 되살리고 존재감 있는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많은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주류 사업에서 송 대표가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