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분할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자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를 정리하는 모양새다.
신세계L&B는 지난달 27일 제주소주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021년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한 지 3년 만이다.
신세계와 제주소주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이다. 이마트는 당시 제주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해 ‘푸른밤’을 출시했다. 당시 제주소주 인수부터 제품 출시까지 정용진 회장 주도 하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밤은 ‘정용진 소주’로 이름을 날리며 출시 초기 300만 병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두터운 소비층을 뚫는데 실패했고, 2016년 19억 원이던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20년 106억 원으로 불어났다. 제주소주는 신세계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하며 신세계L&B에 2021년 8월 인수됐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협업해 ‘킹소주24’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등 소주사업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하며 신세계L&B 품에서도 맥을 못췄다. 신세계L&B의 제조사업부(제주소주)는 2021년 7억 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22년 16억 원, 지난해 21억 원으로 흑자를 낸 적이 전무하다.
와인 수입이 주력사업인 신세계L&B는 코로나19 엔데믹,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골칫덩어리인 제주소주와의 결별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신세계L&B의 영업이익은 전년(116억 원) 대비 94.0% 감소한 7억 원에 그쳤다. 매출은 전년(2064억 원) 대비 12.5% 하락한 18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말 위스키 신사업 조직을 해체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주력 사업인 ‘와인앤모어’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