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더존비즈온과 신행금융그룹의 동행이 더 공고해지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업 금융 선점을 위해 맺어진,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금융 대표주자의 '동맹'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2일 데이터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한 결과, 지난달 18일 제주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더존비즈온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더존비즈온은 신한금융그룹 계열인 제주은행의 지분 14.9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4년 전 시작된 더존비즈온과 신한금융그룹의 동행이 동맹관계로 격상했다는 평가다.
2021년 초 더존비즈온과 신한은행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해 6월 ‘기업 전용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제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3개월 뒤인 2021년 9월 더존비즈온이 자사주 62만120주(1.97%)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인수금액은 723억 원이다.
또 이듬해인 2022년 7월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은 SGI서울보증과 함께 기업신용평가사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했다. 테크핀레이팅스는 2년 뒤인 2024년 5월 기업금융에 특화한 국내 1호 신용평가(CB)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테크핀레이팅스는 기업고객의 세무, 회계,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 거래 유형별 정보 등과 AI 기술력을 활용해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했다.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오른쪽)과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2021년 6월 4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더존비즈온 [취재]더존-신한, 동행에서 동맹으로…ERP 뱅킹 주목](/data/photos/cdn/20250519/art_1746687845.jpg)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오른쪽)과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2021년 6월 4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더존비즈온
지난해 4월에는 신한투자증권 특수목적법인(SPC) 신한밸류업제일차가 베인캐피탈이 갖고 있던 더존비즈온 지분 9.99%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거래를 위해 신한투자증권은 3130억 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더존비즈온이 신한금융그룹 계열 제주은행의 2대 주주가 됐다. 더존비즈온은 지난달 신한금융지주가 지분 75.31%를 갖고 있던 제주은행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4.99%를 확보했다. 인수금액은 570억 원이다. 14.99%는 비금융사가 지방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이다.
제주은행은 이번 유상증자가 ERP 뱅킹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동맹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RP 뱅킹은 ERP 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하는 임베디드 금융이다. 기업의 실시간 자금흐름과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적시성 있는 맞춤형 금융을 제안하고, 비대면 채널을 통해 빠르게 기업금융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의 고객사와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소상공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지방은행의 새로운 혁신모델로 자리매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핵심 인력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 내년 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산업적으로 데이터의 가치와 핀테크, 테크핀이 부각되는 시기에 신한금융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며 “신용평가 체계가 잘 돼 있던 개인금융과 달리 기업금융은 리스크 관리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ERP라는 고순도 데이터로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기업금융 개척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은행 지분 인수와 협력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ERP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를 금융 영역으로 확장했을 때 최적의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이 함께 추진할 ERP 뱅킹의 실효성이 입증되면 향후 신한금융그룹으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고석헌 신한금융지주 전략부문장(CSO)은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의 ERP 뱅킹 추진과 관련, “중장기적으로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테스트베드”라고 언급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