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G 세계 1위는 미국이 만들어준 결과…기술주권 무너져”

FCC 전 위원장, “어제의 규칙으로 내일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는 없다. 주파수 신규할당 서두르고, 인프라 구축 독려해야” 비판

“워싱턴의 정보통신 ‘정책 공백’에, 글로벌 ‘기술 리더십’이 붕괴한다”

한때 5세대(G) 정보통신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지연때문에 이제는 중국에 한참 뒤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시절에는, 백악관이 주도한 공격적인 정책 덕분에 미국은 5G 가용성(availability·서비스에 연결된 시간의 비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최근 3년간의 기술 리더십 부재와 정책 마비로 중국에 역전당했다는 주장이 이같은 비판의 골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전 위원장으로, 현재 미국 무선통신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무선통신산업협회(CTIA·Computer Technology Industry Association)의 아짓 파이(Ajit Pai)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중국은 미국보다 4배 많은 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고, 불과 3년 만에 5G 가용성 세계 1위로 도약했다”며 “미국은 이제 소비자 수요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현재 1990년대부터 유지해온 FCC의 주파수 경매 권한이 2023년부터 중단돼, 전국 단위의 신규 5G 할당이 전무했다. 여기에 낡은 인프라 허가 규제가 인프라 구축을 늦추고 있다고 파이 전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주파수 경매 권한 복원, 최소 600메가헤르츠(MHz) 규모의 신규 중대역 경매, 그리고 인프라 규제 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미국이 기술 패권을 되찾을 수 있다”며 “어제의 규칙으로는 내일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없다. 5G는 통신이 아닌 국가 안보이자 경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WSJ 기고문 요지.

6년 전,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미국의 5G 전략을 발표했다. 차세대 무선 기술이 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로 격상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5G 경쟁은 미국이 반드시 이겨야 할 경쟁이다. 미국 기업은 이동통신 기술에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업용 주파수를 개방했고, 낡은 인프라 규제를 현대화했다. 

그 결과 미국의 통신 사업자들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말까지 미국은 5G 가용성 세계 1위였다. 중국은 17위로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 성과는 백악관의 리더십, 지속적인 실행력, 그리고 수백억 달러(한화 수십억 조원)를 투자한 민간 통신 업계의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워싱턴의 긴장감은 사라졌고, 미국의 선도적 지위도 약해졌다. 민간 부문은 매년 200억 달러(약 28조 62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기술 확장에 노력했지만, 국가적 리더십 부재로 정책 마비가 심화되고 있다. 상업용 주파수를 시장 중심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FCC의 경매 권한은 지난 2023년, 30년 만에 만료됐다. FCC와 다른 연방 기관 간의 주파수 조정도 멈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미국은 무선통신뿐 아니라 모든 정보통신 산업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문제는 단순한 통신 기술 이슈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무선 네트워크는 현대 경제의 척추다. 이를 선도하는 국가는 인공지능, 첨단 제조, 물류, 국방 등에서 앞서가게 된다. 중국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보다 4배 이상 많은 상업용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불과 3년 만에 5G 가용성 세계 1위로 도약했다. 그뿐 아니라 자국 내 5G 배치뿐만 아니라 화웨이·중싱통신(ZTE) 같은 장비와 공산당식 기술 정책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5G 수요조차 감당할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5G 홈 인터넷 등 신기술 확산으로 2029년까지 무선 네트워크 트래픽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앞으로 2년 내에 무선망은 피크 시간대 수요의 25%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틀면 늦지 않지만, 이를 위해서는 워싱턴이 무선통신 정책을 전략적 핵심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의회는 FCC의 주파수 경매 권한을 복원해야 한다. 이는 통신산업 경쟁력은 물론, 1990년대 이후 수천억 달러의 세수를 창출해온 중요한 제도다.
둘째, 중대역 주파수 600MHz 이상을 대상으로 새로운 경매를 계획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때처럼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이 필요하다. 이 경매는 최대 2000억 달러(약 280조 62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셋째, 무선 인프라 구축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허가 절차의 병목 현상과 낡은 규제로 인해 건설이 지연되고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내일의 네트워크를 어제의 규칙으로는 만들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미국은 확고히 5G 선도국이었다. 그러나 그 열정과 의지는 점차 사라졌다.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 우리는 다시 5G 혁신의 선봉으로 나설 수 있다. 미국은 반드시 5G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며, 다음 세대 무선 혁신의 리더 자리를 지켜야 한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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