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금융당국, 금융지주회장 ‘셀프연임’ 방지 압박 강화

“주주 2/3 동의 받으라” 특별결의 의무화 입법추진…본 게임은 올 하반기 차기 회장 선임국면

금융 지주사들이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전면 개편’의 갈림길에 섰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른바 ‘셀프 연임’과 ‘참호 구축’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전면 개편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에서 연임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금융권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대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말 ‘지배구조 선진화 가이드라인’ 확정 발표와 관련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핵심은 최고경영자(CEO)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의무화다.

이에 이어, 각 금융지주들은 주총을 앞두고 일제히 이사회를 개최한다. △25일 케이비(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7일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비엔케이(BNK)금융지주, △다음 달 3일 신한금융지주가 잇따라 이사회를 열어 주총의 안건을 확정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이사회가 단순한 주총 준비를 넘어, 향후 10년 지배구조의 틀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셀프 연임’ 차단…특별결의 의무화 법안 발의
정치권의 칼끝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에 맞춰져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대표이사가 연임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2/3 이상 찬성)를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현행법상 금융지주 회장 선임·연임은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관에 따라 주총 ‘일반결의’(출석 주주 과반 찬성)로도 가능하다. 이에대해,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이른바 ‘순환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임 문턱은 대폭 높아진다. 발행주식 총수 1/3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해, 사실상 광범위한 주주 동의 없이는 연임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도 TF 가동…사외이사 3년 단임 검토
입법과 동시에 금융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사외이사 3년 단임제, △이사회 다양성 강화 등을 논의 중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약 70%가 이번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사회 전면 물갈이’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비자 보호·정보기술(IT)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선제적으로 정관에 반영하는 것이 시장 신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별 대응은 ‘온도차’…KB가 바로미터
이번 이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KB금융이다. 오는 11월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있어, 특별결의가 도입되면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 금융’ 자리를 지켰다. 다만 금융지주 특성상 특정 대주주 지분이 15%를 넘지 못하는 구조에서, ‘출석 주식 2/3 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67% 룰’이 현실적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CEO 3연임 시 특별결의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을 검토 중이다. BNK금융은 사외이사 과반을 주주 추천 인사로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하나금융은 당국 발표 이후로 미루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주총은 ‘예고편’…본게임은 하반기
다만 이번 3월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될 예정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에게는 개정안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예정이어서, 실제 영향은 하반기 또는 차기 인선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적이 검증된 CEO까지 제도적으로 가로막는 것이 과도한 관치로 비칠 수 있다”며 “주주 의결 요건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오히려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치’ vs ‘책임경영’…지배구조 대전환 시험대
결국 쟁점은 ‘시장 자율’과 ‘공적 책임’ 사이의 균형이다. 금융지주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성과로 입증된 경영진의 연속성을 과도하게 제약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이사회는 단순한 정관변경 여부를 넘어, 한국 금융지주의 권력 구조가 ‘이사회 중심 폐쇄 구조’에서 ‘주주 중심 공개 구조’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월 주총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본 게임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는 차기 회장 선임 국면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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