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액티브 채권 운용의 선도 기업인 핌코(PIMCO)가 이코노미스트 티파니 윌딩(Tiffany Wilding)과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앤드류 볼스(Andrew Balls)가 공동 집필한 최신 6~12개월 경기주기 전망 보고서 「불확실성의 중첩: 분쟁, 크레딧 스트레스 그리고 AI」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핌코의 지난 1월 전망 이후 투자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중동 분쟁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에너지 충격의 재부상, 사모신용 시장 일부에서 불거진 유동성 부족과 불투명한 가격 산정 문제, 그리고 AI 투자 붐이 촉발하는 구조적 변동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리스크가 중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윌딩과 볼스는 "불확실성과 분산이 심화된 환경에서 투자는 예측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견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보다 유동적이고 고품질인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핌코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로 파급되는 경로로 주로 에너지 가격 상승, 경제 주체의 심리 위축, 금융 여건 긴축을 꼽았다.
두 저자는 "중동 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대한 심각한 충격을 의미하며,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동시에 성장에 부담을 주는 스태그플레이션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가·산업·가계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의 일부 제조업 생태계가 에너지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에 취약하며, 이로 인해 경제 분화가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도 둔화하는 성장을 떠받쳐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시장은 이미 중앙은행보다 앞서 금융 여건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핌코는 현재 국면이 강한 소비 수요, 팽창적인 재정 지출, 극히 타이트한 노동시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에너지 충격과 맞물렸던 2022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윌딩과 볼스는 "현재는 재정 지출은 줄었고, 노동시장은 더 완화되어 있으며, 정책 금리도 이미 경기를 억제하는 수준에 와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장기 고착화하는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핌코는 이러한 환경에서 특정 자산에 집중되거나 쉽게 현금화가 어려운 포지션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버틸 수 있는 견조한 포트폴리오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채권 수익률이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 출발하는 만큼, 고품질 채권은 잠재적 수익 창출 수단이자 하방 리스크에 대한 헤지 역할까지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봤다.
사모신용 시장과 대해서는 낮은 유동성, 불투명한 가격 산정 등 그간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리스크들이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업 직접 대출(corporate direct lending) 시장에서는 경기 사이클 후반부의 특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어 유동성, 투명성, 종목 선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윌딩과 볼스는 "사모 자산 투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낮은 유동성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따르느냐가 핵심”이라고 전제하면서,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국면에서 유동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소폭의 추가 수익을 좇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상대적 가치 측면에서 보고서는 직접 대출에서 비슷한 수익률 수준의 유동적이고 투명한 공모 채권으로의 포지션 이동을 권고했다. 핌코는 강건한 재무 구조와 담보를 보유한 고품질 신용 자산을 강조하며, 미국 에이전시 MBS(주택저당증권), 우량 투자등급 발행체, 고품질 유동화 신용상품을 유망 투자처로 제시했다. 사모 시장 내에서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축소된 직접 대출보다 자산 기반 금융(asset-based finance)을 우선시했다.
성장·인플레이션·통화정책 경로의 국가마다 엇갈리는 가운데, 핌코는 이러한 분화가 지역별·통화별로 새로운 리스크와 투자 기회를 동시에 만들어낸다며 글로벌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자산 간 상관관계가 흔들리는 환경에서는 원자재, 실물 자산, 물가연동채권(TIPS) 등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보다 적극적으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윌딩과 볼스는 "지금은 포트폴리오를 채권 중심으로 재편하고, 유동성 자체를 수익 창출 자산으로 바라보며, 신용 투자에서는 자산의 품질과 담보 가치를 우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