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을 위한 선배들의 내리사랑이 마침내 작은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는 새해 초 큰 경사를 만났다. 일본 유학 경험자도 어렵다는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에 응시한 1학년 학생 14명 중 10명이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성적이 400점 만점에 대부분 350점 이상, 최고점수를 받은 학생은 386점이나 됐다는 사실이다.
경상대학교 일본 교환학생 선발기준이 JLPT 2급에서 1급으로 강화된 후 처음 치른 지난해 시험에서는 1학년 16명이 응시했으나 단 1명(311점)만 합격했었다. 비교하자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실로 엄청난 차이다.
386점으로 최고점을 받은 구경미 학생은 "지난 1년 동안 주 2-3회씩, 방학도 없이 특별 보충수업을 했는데 거기에 드는 비용을 동문 선배들이 100% 부담했다. 수업내용도 JLPT와 연계돼 있어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어교육과의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의 뒤에는 380여 동문들의 내리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일어교육과 동문회(회장 이태권·동부산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1월, 후배들이 임용고시에서 영 점 몇 점 차이로 안타깝게 낙방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마음과 '돈'을 모으기로 했다.
주대유(49) 동문회 부회장은 "1차에 합격하고도 2차에서 정말 작은 점수 차이로 떨어지는 후배들을 볼 때 안타까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그래서 동문회에서 비용을 대서라도 특별 보충수업을 시키자고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어교육과 교수, 현역 시간강사들과 의논하자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흔쾌히 동의했다.
"1년에 400만원씩, 10년간 4000만원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 돈은 강사들의 강의료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정을 설명하고 계좌번호를 일러주었더니 대부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더군요." 주대유 부회장의 설명이다.
실제 일어교육과 동문회 임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지역 동문회를 찾았다. 경남, 부산,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강원도 주문진까지 다녀왔다. 오는 3월에는 경기·서울과 4월에는 충청, 울산이 예정돼 있다.
강원도에는 동문이 24명 있는데 모두 일어교사이다. 이들은 동문회의 이런 취지에 동감하여 겨울방학이 끝나는 대로 일괄적으로 회비를 거둬 내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왔다. 동문회와 모교 후배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동문회는 '앞으로 10년 안에 한번만 10만원을 내자'는 기준을 정했다. 전체 동문이 380여 명인데 졸업생은 자꾸 배출되니까 대략 잡아도 10년이면 4000만원을 모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웬걸! 2006년에만 벌써 750만원을 모았다. 목표치를 거의 2배 가까이 달성한 것이다.
"혜택을 받는 지금의 재학생들도 또 자기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합니다. 졸업하여 발령이 나면 첫 월급의 10%를 무조건 내야 합니다. 모두들 정말 기꺼이 그렇게 하기로 했죠."
사립대의 경우 학생들이 돈을 내고 학과에서 일부 보조를 해줘서 보충수업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경상대학교처럼 동문들이 전적으로 나서서 후배들을 챙기는 사례는 없다.
교원 임용고시에서 일어교육과의 평균 경쟁률은 60대 1정도 된다. 바늘구멍이다. 하지만 1학년부터 기초실력을 다져 JLPT 1급을 취득하여 일본의 대학교로 유학을 다녀온 뒤 2-3년 열심히 공부하면 그보다 더한 경쟁률도 뚫을 수 있다는 게 경상대학교 일어교육과 학생과 동문들의 판단이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전철(40·일어교육 89학번) 강사는 "졸업 선배들은 방향만 제시했는데도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며 "평소에는 1주일에 8시간, 방학 때는 한 달에 80시간 특별 보충수업을 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단합하고 노력했다"며 학생들의 정신자세를 칭찬했다. 물론 강의료를 받긴 했지만 거의 후배들을 위한 자원봉사 수준이다.
올 가을쯤 일본으로 유학하기 위해 교환학생 신청을 '자신있게' 해 놨다는 구경미 학생은 "졸업 후 첫 월급을 받으면 꼭 10%를 내어 선배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되갚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리사랑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끝도 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최용혁 부회장(진주보건대 교수)는 "찾아가는 곳마다 동문들이 자기 일인 양 동참해 줘 고맙고, 후배들도 힘든 수험생활을 묵묵히 견뎌 줘서 고마울 뿐"이라면서 "처음 목표는 10년 동안이었지만 영원히 이어져가야 할 '일어교육과 동문회 장기 프로젝트'가 됐다"면서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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