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의 데이터읽기] 비바람이 내리친다.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산살 휘어지고 부러져, 쓰고 있으나 비를 온전히 막아낼 수 없다. 그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우산을 버리겠다.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비에 젖겠다.
의사결정의 순간, 지금 필요한 기준은 이 비바람의 지속성이다. 종일 계속될 것이라면, 찢어진 우산 버리고 남은 힘 모아 목적지까지 뛰겠다.
가계부채 1300조 시대. 월급 받아 은행 이자 갚는데도 빠듯한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양적완화, 저금리 기조를 따르고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는 돈을 풀었다. 연착륙하던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거품을 만들었다. 아파트 보유자들은 부채의 공포를 잠시 잊고, 집값 오르니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 더 큰돈 빌려 가계 부채를 돌려막는다. 집값이 반짝 반등하자, 바닥 쳤다며 대출받아 아파트를 지른다.
이렇게 쌓인 2016년 1분기말 기준 가계신용(부채)이 1223조7000억원에 이어 작년 말 기준으로 13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5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가계부채에는 금융권 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대출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규모도 문제지만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무섭다. 최근 몇 년 사이 '빚' 증가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빠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08년 1분기 677조1987억원이던 가계신용은 2010년 4분기 843조1896억원으로 3년간 165조9909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2013년 1분기 962억8749억원에서 2016년 1분기 1223조7000억원으로 260조8200억원이 늘었다.
빚이 빛의 속도로 증가했고, 그만큼 부동산 거품은 더 팽팽해졌다.
이 빚을 어찌할까. 미국은 작년 12월 금리인상에 이어, 추가 인상 타이밍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당초 미 연준 FOMC 연방기금은 현재 제로금리를 2018년 말까지 3.375% 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었다. 향후 3년간 금리인상폭은 325bp, 월 평균 9bp 인상이다. 생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고,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다소 늦춰지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미국과 반대로 기준금리 인하압박을 받고 있다. 산업구조조정과 경기 진작을 위해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추경편성을 확정했다. 이 모든 정책의 끝은 부채 늘리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매달 30조 이상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단속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한순간 붕괴한다. 가계부채 구조조정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이미 늦었다.
그런데, 폭탄은 가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 얘기는 조금만 하자.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우리나라 상위 500대 기업 안에서도 10곳 중 1곳이다. 이들은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로 빚을 낸다. 이렇게 해서 작년 말까지 쌓인 기업부채가 2000조다.
그런데도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하고, 공적자금을 좀먹고 있는 회사에 또 수조원의 돈을 지원하겠다는 국책은행의 발상이 정치논리로 슬그머니 용납되고 있다.
누가 갚을지 관심 없는, 후손에게 빚 떠넘기는 게 아무런 죄의식 없는 상황을 이제 멈춰야 한다. 비 올 때 우산 빼앗지 말라 하는데, 세상 완전히 달라졌다. 먼 길 목적지까지 완주하기 위해선 우산을 버려야 할 땐 스스로 던져야 하고, 부러진 우산을 빼앗아야 할 땐 냉정해야 한다. 구조조정 해야 할 때 스스로 하지 못하면, 타인에 의해 손발 다 잘리고 파산한다.
[데이터뉴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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