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한 한컴그룹 5개 상장 계열사 대부분에 김상철 회장 부부와 자녀 등 오너 일가 3명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일가가 다수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컴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업보고서와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과 김 회장의 자녀인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상무가 각각 5개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의 부인인 김정실 한글과컴퓨터 이사도 3개 상장 계열사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컴시큐어, 한컴지엠디, 한컴MDS, 한컴유니맥스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김 회장은 또 한글과컴퓨터와 한컴MDS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상무도 5개 모든 상장 계열사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김정실 한글과컴퓨터 사내이사는 한글과컴퓨터, 한컴시큐어, 한컴MDS 등 3개 기업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김 회장 부부와 자녀 등 3명이 여러 계열사 이사회에 중첩해 이름을 올리면서 오너 일가가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특히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1월 전문경영인 노진호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해 실질적으로 김 회장 가족만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김 회장 가족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이처럼 지배주주 일가가 여러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직해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경우 충실한 업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고 자칫 지배주주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컴그룹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많은 대기업 오너들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등기임원에 등재되지 않아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반해 한컴은 오너로서 경영에 따른 법적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가 이 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철 대표와 김정실 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주총에 상정했고, 한컴지엠디도 임기가 끝나는 김연수 상무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상정하는 등 김 회장 일가의 계열사 등기임원 겸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 회장 일가는 2010년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 이후 한컴시큐어를 통해 계열사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철 회장과 김정실 이사, 김연수 상무가 각각 22.82%, 7.23%와 4.82%의 한컴시큐어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3명의 한컴시큐어 지분율 합계는 34.87%에 달한다.
현재 한컴시큐어는 한글과컴퓨터(지분율 13.63%)와 한컴지엠디(지분율 30.8%)의 최대주주다. 김정실 이사와 김상철 회장도 각각 7.39%와 1.83%의 한글과컴퓨터 지분을 갖고 있다. 또 한글과컴퓨터는 한컴MDS 지분 18.53%를 확보하고 있으며, 한컴MDS는 한컴유니맥스 지분 45.33%를 갖고 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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