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원인사를 단행한 국내 주요 그룹이 대부분 승진자를 줄인 가운데, '나홀로' 임원 승진을 늘린 한화그룹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는 금융 계열사 임원 승진이 줄었음에도 태양광·첨단소재, 건설, 방산 분야 승진이 크게 늘어 전체 임원 승진자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이들 분야를 중심으로 좀 더 공격적인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데이터뉴스가 작년 말 주요 그룹 임원인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 주요 그룹은 경영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임원 승진자를 줄였지만 한화그룹은 전년(110명)보다 7.3% 늘어난 118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
계열사별로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14명의 임원을 승진시켜 전년보다 4명 늘어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가 그룹 태양광 사업을 크게 신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전무 생활 4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상무(1명→3명), 상무보(7명→9명) 승진자도 전년보다 늘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상승을 달성했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 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4조2977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2조4515억 원)보다 75.3% 증가했다. 특히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18년 304억 원에서 2019년 1472억 원으로 384.2% 상승했다.
태양광 사업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인 김동관 부사장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 달성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합병법인(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맡아 태양광, 석유화학,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실행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또 지난해 2개 신용평가사가 회사채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은 한화건설이 전년보다 4명 늘어난 16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이밖에 자주포, 장갑차 등을 생산하는 방산기업인 한화디펜스가 임원 승진자를 4명에서 8명으로 2배 늘렸다.
반면, 한화그룹 주력 금융 계열사는 임원 승진자가 줄었다. 한화손해보험은 11명에서 4명으로 임원 승진이 급감했다. 이 회사는 2018년 말 인사에서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3명, 상무보 6명 등 전 직급에서 고르게 승진자를 배출했으나 2019년 말에는 상무보 승진 4명에 그쳤다. 한화생명도 19명에서 16명으로 승진자가 줄었다.
두 회사 모두 실적 하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3분기까지 1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1537억 원)보다 89.5% 감소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1~3분기 182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6594억 원)보다 72.4% 줄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실적이 소폭 개선된 한화투자증권은 임원 승진자가 3명에서 9명으로 늘어 대조를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912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864억 원)보다 5.6% 증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들의 이번 임원인사는 대체로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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