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 각종 구설과 실적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부 권력공백기를 틈타 2기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권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잡음에 결국 발목 잡히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 등 외부 영향으로 2기 임기를 다 못 채우게 되더라도 연임을 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혔던 권 회장의 바람이 이뤄진만큼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는 25일 그간 총 7차례 회의를 가진 끝에 권 회장이 차기 CEO로 적합하다는 자격심사 결론을 내렸다. 7번째 회의에서 권 회장으로부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한 번 더 들은 추천위는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개선 등을 높이 평가해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철강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천명하며 세운 구조조정 목표 149건 중 지난해 3분기까지 98건을 달성했다. 2015년 창사 이래 1000억 원가량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는 3분기까지 1조 원의 순이익을 내며 턴어라운드 했다. 영업이익도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부채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16.9%로 낮아졌다.
실적과 재무개선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권 회장이 앞으로의 3년을 오롯이 보장 받았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과거 연임을 달성한 포스코 회장 중 임기를 끝까지 마친 CEO는 한 명도 없다. 민영화된 포스코는 정부의 인사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연임에 성공한 4대 김만제 회장과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 등은 모두 연임 후 짧게는 1년 만에 중도 퇴진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과거 잘못이 들춰지면서 벼랑에 몰리는 것이다. 권 회장의 연임 선언을 두고 재계에서 ‘만용’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기도 하다.
권 회장 역시 재임 기간 중 끊임없는 의혹과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흠집이 적지 않은 상태다.
2013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추천위는 두 달 만에 후보를 선정, 심사를 마치고 권 회장을 선임했는데, 이 때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재임 중에는 광고 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포레카 인수 사건에는 최순실 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국정 농단 핵심부가 모두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59억 원을 출연한 것은 물론 스포츠단 창단과 관련한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박영수 특검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정경유착 비리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그나마 희소식이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와 박 대통령이 친분이 있다는 소문, 경영진 역량을 비판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대외협력실 직원, 계열사 사장의 항명 사태 등 구설도 끊이지 않았다.
권 회장이 포스코 흑자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에만 신경을 쏟아 비철강 계열사들이 방치됐다는 분위기가 내부에 강하게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전병일 포스코대우 사장은 권 회장과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로 대립했고, 결국 해임됐다. 이 외 임원 문건유출 사태도 끊이지 않으며 조직관리에 미흡한 모습이 나타났다.
재무지표 개선도 쥐어짜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상 재무구조는 개선됐지만 이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효과로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 매출(연결기준)은 권 회장 취임 첫해 65조 원에서 2015년 58조2000억 원, 지난해 53조 원으로 줄곧 내리막질 치고 있다.
한편 1950년 경북 영주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권 회장은 서울대 사대부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캐나다 윈저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석사학위, 피츠버그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스코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29년 만인 2014년 3월 8대 회장에 올랐다. 권 회장은 이름난 엔지니어가 즐비한 포스코 내에서도 ‘기술통’으로 불린다. CEO에 오르기 전 기술연구소 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기술총괄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권 회장은 연구소 소장 시절 한 번 물면 절대 놔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잡음 속에서 ‘포스코 CEO 잔혹사’를 끊어내고 2기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와 함께 권 회장은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미국이 연간 90만톤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 멕시코 공장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실적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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