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연임 이후 '셀프연임’ 비판을 받아왔던 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역대 회장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규 직원 선발 과정에서 윤 회장의 친적을 부당하게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혜 채용된 것으로 지목된 직원은 윤 회장 친누나의 손녀 즉, 윤 회장의 종손녀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윤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15년 신규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 300명 중 273등을 차지한 윤 회장의 종손녀에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줘 최종 합격시켰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측은 사실 무근을 주장하고 있으나 금감원 역시 '팩트'임을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공방이 가열될 조짐이다. 특히 윤 회장은 지난해 지배구조와 관련해 ‘셀프연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2차 공방의 결과에 따라 차후 거취 문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지난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셀프연임’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셀프연임은 차기 CEO 선임권을 지닌 이사회 구성원을 CEO와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하고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 연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비판이 윤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셀프연임 논란이 격화되기 직전에 연임에 성공하면서 정부의 화살을 빗겨갔던 윤 회장이 또 다시 채용비리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업계는 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역대 회장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채용비리가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 최고경영자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9월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도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해위로 윤 회장을 고소했다. KB노협은 윤 회장의 연임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의 조직적 개입으로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역대 KB금융지주 회장을 살펴보면 황영기 초대 회장을 비롯한 역대 회장 대다수가 불명예 퇴진하거나 자진 사퇴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8년 취임한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역임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자진 사퇴했다.
이후 직무대행을 맡았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으나 금감원 검사에서 사후 중징계를 받으면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선임됐던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정권 교체 이후 스스로 연임포기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KB사태의 중심에 섰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KB사태로 인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해임됐다.
한편 지난해 11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 채용비리’ 논란이 일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바 있다. 현재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구자현 부장검사)는 이 전 행장을 신입행장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si-yeon@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