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 푸본현대생명 잃고 현대카드·현대커머셜 실적악화까지

현대카드 당기순이익 1년 새 29.5% 급감...일회성 요인 뺀 현대커머셜 순익 역시 28% 급감


[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실적이 나빠졌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사위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대표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지난달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직을 잃은 점,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실적악화 등을 거론하면서 정 부회장이 다시 경영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 놓는다.  

15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0일 열린 푸본현대생명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의장직을 사임했다. 지난 2012년 현대자동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현대라이프로 출범시킨지 7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보험 비전문가인 정 부회장이 보험업계의 특수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 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문장의 배우자로 오너일가다. 서울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비금융인이다. 1985년 정명이 부문장과 결혼한 정 부회장은 2년 뒤인 1987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입사했는데, 금융계열사가 아닌 현대종합상사에서 이사, 기획실 실장직을 맡았다.

정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3년으로 현대카드 부사장에 선임되면서부터다. 부사장 승진 10개월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과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

특히 정 부회장과 푸본현대생명의 인연은 타 금융계열사보다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하고 정식 출범시켰던 2012년 이후  줄곧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의장직은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안건을 상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직과 비교하면 협소하지만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만계 보험사인 푸본생명은 현대차그룹과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기존 현대라이프생명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50.65%(현대모비스 30.28%, 현대커머셜 20.37%), 푸본생명이 48.62%였으나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해당 지분을 푸본생명이 인수하게 됐다. 유상증자로 지분이 62.45%까지 오르면서 최대주주가 된 푸본생명은 사명을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했다.

푸본생명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에도 -198억 원, 2017년도엔 -612억 원의 순손실을 올렸다.

그러나 인수 7년 만에 현대자동차그룹의 품을 떠난 푸본현대생명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당기순이익은 540억 원으로 직전년도 동월(-443억 원) 대비 흑자 전환됐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였던 영업이익률(-3.92%)과 총자산이익률(ROA, -0.53%), 자기자본이익률(ROE, 18.78%)이 각각 3.75%, 0.55%, 15.51%로 개선됐다. 금융당국 권고기준치(150%)를 밑돌았던 지급여력(RBC)비율 역시 148%에서 259%로 111%포인트 상승했다.


푸본현대생명을 잃은 정 부회장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실적 악화가 이어져 경영 능력이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곳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현대캐피탈 등 3곳이다.

그 중 현대카드는 3개사 가운데 실적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수익은 2조1869억 원, 영업이익 1633억 원, 당기순이익 1296억 원이다. 직전년도 동기(영업수익 2조1398억 원, 영업이익 2421억 원, 당기순이익 1838억 원)와 비교하면 영업수익은 2.2% 증가한데 반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2.5%, 29.5%씩 감소한 상태다. 2년 전과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18.8%, 당기순이익은 15.6% 급감했다.

현대커머셜 역시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639억 원으로 직전년도 동기(2627억 원) 대비 75.5% 줄었다. 2017년에 현대카드 지분 매입에 따른 일회성 요인(1740억 원) 등을 감안해도 28%가량 감소한 상태다.

특히 현대커머셜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이 관계기업에 대한 지분법이익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커머셜의 영업외수익은 415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374억 원)보다 많다. 즉 사업 영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통해 얻은 수익이 더 많은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수익 2조2383억 원, 영업이익 2982억 원, 당기순이익 2303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동기(영업수익 2조1877억 원, 영업이익 2625억 원, 당기순이익 2075억 원)와 비교하면 각각 2.3%, 13.6%, 11%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년 전 실적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 8.7% 감소한 규모로 완전한 실적 회복을 이루지는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정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배력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커머셜의 최대주주는 현대차(50%)지만 정명이 부문장(33.33%)과 정 부회장(16.67%)의 지분율을 합치면 50%로 현대차와 같은 수준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의 지분 24.5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치러진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황유노 부사장이 사장으로 전격 승진함에 따라 향후 정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인사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의 사실상 첫 사장 승진 인사로, 황 사장은 정의선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실적 부진을 딛고 경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i-yeo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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