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LG그룹의 전자 업종 계열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차입금 압박을 커지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현금창출력과 재무안정성 확보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데이터뉴스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사업보고서와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3사 모두 최근 2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1조 원을 투입,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사 ZKW 지분 70%를 인수한데 이어 산업용 로봇 기업 로보스타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신산업 분야 벤처기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2018년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와 함께 총 4억 달러를 출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기업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또 2017년 생산설비 등에 전년(2조5138억 원)보다 50% 이상 늘어난 3조8662억 원을 투자했고, 지난해는 1~3분기에만 2017년 전체와 맞먹는 3조4609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대형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LCD 분야의 입지 약화를 만회하고 OLED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이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당시 2020년까지 국내 15조 원, 중국 5조 원 등 총 2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조 원, 내년에 4조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집행한다.
LG이노텍은 2017년과 2018년에 총 2조 원 규모의 CAPEX 투자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은 투자의 상당 부분을 카메라 모듈 분야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분기에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에 4500억 원을 투입했다.
이들 LG그룹 3사의 공격적인 투자는 주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집중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이어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LG전자의 차입금은 2017년 말 9조4505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조9012억 원으로 15.4% 늘었다. 차입금 의존도도 2017년 22.9%에서 2018년 말 24.6%로 1년 만에 1.7%p 상승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말 5조6031억 원이었던 차입금이 2018년 말 8조5590억 원으로 3조 원 가까이 늘었다. 증가율이 52.8%에 달한다. 이 회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2017년 말 19.2%로 3사 중 유일하게 10%대였지만, 1년 만에 6.6%p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도 14조1782억 원에서 17조2890억 원으로 3조 원 가량 늘었다. 부채비율도 94.6%에서 122.9%로 상승했다.
LG이노텍의 차입금은 2016년 말 1조813억 원에서 2017년 말 1조5026억 원으로 39.0% 증가한데 이어 지난해 2조1267억 원을 기록, 또 다시 41.5% 늘었다. 이 회사의 차입금이 2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5.6%에서 36.9%로 11.3%p 늘어났다.
관건은 이 같은 차입금 확대로 인한 재무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인데, LG전자를 제외하면 현금창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의 적자행진에도 불구하고 가전·TV사업의 호조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국제 LCD 판매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에 빠졌다. 중국 경쟁사들의 공세로 LCD 시장 여건 개선이 쉽지 않아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OLED가 LCD 수익 감소를 대체하는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관건이다.
LG이노텍은 최근 2년간의 공격적인 투자가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학솔루션 신규 고객사를 늘려 애플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신사업인 LED와 전장부품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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