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덩어리도 좁은 나라에 무덤을 자꾸 만들면 어떻게 되겠나?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으로 변해서야 되겠나? 묘지 문화를 바꾸자.”
당시만 해도 화장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부모의 육신을 불태운다는 것은 천하의 불효자로 비난받던 시절이다. 그는 유언했다.
“내 시신은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 장묘 문화개선에 앞장서 달라.”
1998년 그의 시신은 유언대로 화장됐다. 또 그의 유언을 받들어 SK그룹은 500억원을 들여 SK장례문화센터 ‘세종시 은하수공원’을 지어 세종시에 기증했다. 화장률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화장률은 2017년 84.6%를 기록했다. 2019년 현재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1993년도 19.1%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상승이다. 심지어 경북 울릉군(98.6%), 경남 통영시(96.5%), 경남 사천시(96.2%)까지 확산하면서 화장문화는 제대로 정착했다.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
최종현 전 회장은 인재양성 철학도 남달랐다.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36년간 40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이 중 750여명은 해외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그 중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회와 더불어 DNA’철학은 아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이어지고 있다.
"회장으로 취임했던 21년 전 IMF사태, 아시아 금융위기로 상당히 어려웠다. 나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독한 기업인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공감능력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 봤다. 그러다보니 내 가슴이 텅 빈 것 같았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경영에 복귀한 그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당시 옥중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출간한 이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확대경영회의나 포럼 등에서 경영진 및 임직원들에게 사회적 가치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반영하고 있다. 회사정관변경과 함께 사회적 가치의 계량화도 확립했다.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도 측정한다. SK그룹은 독일 바스프, 노바티스, 보쉬 등 글로벌 기업 8개사와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개발 협의체'를 구성,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최종현 선대 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도 설립했다. 학술원은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의 사재 520억원과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450억원 출연으로 출범했다.
뿐만아니라 인구노령화 문제에 사회공헌이 주목된다. 최근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노인 돌봄서비스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AI가 단순히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치매 예방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 최근 서울 강북구 번동과 노원구 중계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임대단지 내 독거 어르신 및 장애인 등 총 500세대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기능이 강화된 ‘행복커뮤니티-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과 함께 취약계층 독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AI 기반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LH와 함께 치매 예방 서비스를 포함해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거와 ICT 복지를 결합한 어르신 케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은 "조사 결과 65세 이상 어르신 중 10%가 치매 판정을 받았고, 85세 인구 두명 중 한명이 치매환자"라며 "AI를 통한 인지강화 훈련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경남도 등 전국 9개 지자체와 협력해 약 3600가구를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치매 예방 서비스 중 핵심 기능인 ‘두뇌톡톡’은 SK텔레콤과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했다. AI 스피커 ‘누구’와 대화하며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과 전국의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등 10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지 능력 강화 훈련 프로그램을 음성기반 AI 서비스로 구현한 것이다. 윤정혜 차의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병원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는데 하루 1시간 30분씩 3개월 간 테스트를 진행할 시 최대 9년까지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AI스피커를 통해 어르신들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제공됐을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어르신들은 AI 스피커와 총 12가지 유형의 퀴즈를 풀어가게 된다. 개인별 퀴즈 완료 횟수 및 게임 진행 일자 등이 통계 데이터로 관리된다. 이를 통해 기관∙병원을 찾아 면대면(面對面) 훈련을 받는 것을 주저하는 어르신들도 집안에서 편안하게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로운 훈련이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돌봄 특화 서비스는 두뇌톡톡 외에도 ‘소식톡톡’과 ‘건강톡톡’도 새롭게 탑재했다. 소식톡톡은 행복커뮤니티 ICT 케어센터 또는 지자체(구청, 복지센터, 보건소 등)에서 특정 대상자 또는 그룹단위로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지자체는 지역내 및 복지센터 이벤트(그룹 대상) 그리고 복약지도∙내원안내(개인 대상) 등 소식을 전달하고, 행복 커뮤니티 ICT 케어센터는 스피커에 대한 사용 안내, 폭염∙장마 등 재난∙재해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톡톡은 어르신들의 관심사항인 만성질환(고혈압,관절염, 당뇨 등) 증상∙진단∙치료 방법을 포함, 응급처치∙건강검진 관련 유의사항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SK텔레콤은 지난 6개월간 전국 지자체들과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행해왔다. LH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현장 돌봄 매니저를 선발(일명 ‘무지개사원’, 500세대 기준 40명)하고 세대방문 및 상담 등을 통해 입주민에게 1:1 맞춤 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철흥 LH 주거자산관리처장은 "서비스 초기 구축 비용은 SK텔레콤과 5:5로 나눠 부담할 것"이라며 "LH가 관리하는 영구임대주택 주거자 35%가 독거 어르신인데 SK텔레콤과 협력한 이번 시범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주거복지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이윤을 내는 시대’는 지났다. 사회와 더불어 성장해야한다. ‘묘지’밖에 없는 대한민국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중국은 모택동이 장묘금지법을 만들어 자연을 보존했다고 한다. 대를 이은 SK그룹의 사회공헌, ‘보기에 참 좋다’.
오창규 대표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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