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신임CEO, 글로벌 경제 불안 속 호된 신고식

지난해 취임 CEO 5명 중 4명 실적 하락 고전…2년차 맞은 올해 반전 총력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이 취임 첫 해 글로벌 경제 불안과 수요 감소 등 업황부진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CEO는 올해 경영 2년차를 맞아 납득할만한 성적표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1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그룹 계열사 실적 분석 결과,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상사, 지투알 등 지난해 새 CEO를 맞은 5개 기업 중 4곳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한 LG화학은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을 겪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2조2461억 원에서 2019년 8956억 원으로 6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조5193억 원에서 3761억 원으로 75.2% 줄었다.

1947년 LG화학 설립 이래 첫 외부 영입 CEO인 신학철 부회장은 한국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본사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과 사업화를 위한 통찰력과 혁신성이 장점으로 평가되지만, 취임 첫 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LG화학은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전지사업의 성장세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시장상황 악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

LG화학은 올해도 주요 시장 수요 위축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석유화학 시황 안정, 전지부문 대폭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3.3% 늘린 35조3000억 원으로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월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를 책임지고 물러나면서 정호영 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가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할 새로운 리더로 낙점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나빠졌다. 매출은 전년보다 3.5% 줄었고, 1조35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또 당기순손실 규모가 2조6927억 원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4분기에 OLED TV와 P-OLED 스마트폰 출하 증가로 매출이 전분기보다 10% 늘었다. 하지만, 42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분기(영업손실 4367억원)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P-OLED 전략 거래선에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며 물량이 확대됐지만, P-OLED 본격 양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와 LCD 구조혁신에 따른 손실이 뒤따랐다.

정호영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르는 올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중국 OLED 팹 생산이 확대되면서 대형 OLED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P-OLED 사업도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윤춘성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LG상사는 전년보다 5.4% 증가한 10조530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8.6% 감소했다. 석탄과 대형 LCD 트레이딩 물량이 늘고 해운 물량이 확대돼 매출이 증가했지만, 자원 시황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LG상사에서 석탄사업부장, 인도네시아지역 총괄, 자원부문장 등을 거친 윤춘성 부사장은 자원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투자사업 경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글로벌 자원 시장 부진의 여파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LG상사는 올해 팜·석탄 생산량과 트레이딩 물량 증가, 물류사업 성장 등을 통한 실적 호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신규 분야 진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광고마케팅 전문 지주회사 지투알도 정성수 부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지난해 수익성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5241억 원)은 전년보다 0.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219억 원)은 13.9% 감소했다.

반면, LG이노텍은 지난해 새 CEO를 맞은 LG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거친 정철동 사장을 수장으로 맞은 LG이노텍은 지난해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에서 선전하며 실적이 상승했다. 매출은 2018년 7조9821억 원에서 2019년 8조3021억 원으로 4.0%(3200억 원)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35억 원에서 4031억 원으로 53.0%(1396억 원) 증가했다.

LG이노텍은 고성능 카메라 모듈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용 하이엔드 부품 판매가 확대되고 지난해 실시한 적자사업 구조조정 효과가 더해져 올해 수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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