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은 조현범 옛 한국타이어 대표가 첩첩산중을 걷고 있다. 업황 악화로 인해 수익성 하락을 겪은 데다,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상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역시 사명을 변경할 지 주목되고 있다.
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업의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0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406억 원) 대비 24.6%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매출액 규모가 1조6245억 원에서 1조4358억 원으로 12.6% 감소한 탓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핵심 고객인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공장이 잇따라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타이어 수요가 급감한 데 영향을 받았다.
특히, 해외 판매의 부진이 심했다.
지역부문별로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해외판매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 아주(아시아) 등의 매출액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기준 3911억 원, 2486억 원으로, 전년 동기(4904억 원, 3287억 원) 대비 20.3%, 24.4%씩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 유럽의 매출액은 5256억 원에서 5303억 원으로 0.9% 소폭 증가했다.
이에 더해 매출원가율이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의 1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2019년 70.8%에서 2020년 72.0%로 1.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의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조현범 대표 체제(2018년 3월~)서 꾸준히 하락세를 그렸다. 조 대표 취임 전인 2017년 1분기 2322억 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2018년 1848억 원, 2019년 1406억 원, 2020년 106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기준 영업이익은 조 대표 취임 전인 2017년 대비 54.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쪼그라들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8년 11.5%를 기록하며 10%를 넘겼지만, 2019년 8.6%, 2020년 7.4%로 2년 새 4.1%포인트 하락했다.
조 대표의 오너리스크도 문제다. 조 대표가 협력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1년 전 교체한 사명도 골칫거리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해 5월8일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사명을 변경했다. '한국(Hankook)'을 반영한 통합 브랜드 체계를 구축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목표로 했다.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주요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러나,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사명을 가진 회사가 이미 존재해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설립된 비젼텔레콤은 2004년 케이앤컴퍼니로 사명을 바꿨고, 2012년부터는 한국테크놀로지로 사명을 쓰고 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한국타이어 측이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해 11월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최근 서울지방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자동차 부품류 제조 판매업 및 지주회사를 위한 간판, 거래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 인터넷 홈페이지 등 게시물 등에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등의 상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역시 지주사와 연계해 사명을 다시 교체해야할지 고민이다. 회사 측은 지주사가 사명을 변경하더라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라는 사명은 그대로 쓸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조 대표는 1972년 경남 함안 출생으로 보스턴대 경영학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고, 2001년 한국타이어 광고홍보팀장, 2004년 한국타이어마케팅본부장, 2006년 한국타이어 전략기획본부장, 2012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2016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 2017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COO, CSFO를 역임했다. 2018년부터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COO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