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총 부채 규모가 1년 새 150조 원 가까이 늘었다. 30대그룹 상장사 2곳 중 1곳은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9일 데이터뉴스가 30대그룹의 상장계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부채비율 확인이 가능한 186개 상장사의 9월 말 현재 부채비율은 175.0%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4.3%)보다 10.7%포인트 상승했다.
186개 기업의 총 부채규모는 지난해 9월 말 2001조4912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2150조6391억 원으로 1년 새 149조1479억 원(7.5%) 늘었다. 9월 말 금융업 상장사와 비금융업 상장사의 총 부채규모가 각각 890조6470억 원과 1259조9921억 원으로, 전년 동기(818조4160억 원, 1183조752억 원) 대비 8.8%, 6.5%씩 늘었다.
같은 기간 186개 기업의 총 자본은 1218조1550억 원에서 1229조2244억 원으로 11조694억 원(0.9%) 증가에 그쳤다. 비금융업의 자본 규모가 비교적 소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주요 제품 수요가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이번 조사 결과, 186개 기업의 55.9%인 104개 기업의 부채비율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2곳 중 1곳이 부채비율 악화를 겪은 셈이다.
업종별로는 항공업, 제조업 등의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전체 기업 가운데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CJ CGV, 삼성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효성화학, 한화투자증권, SK머티리얼즈, 신세계푸드가 부채비율 증가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을 업종별로 구분하면 항공업 3개, 유통업 1개, 금융업 3개, 제조업 2개, 식품업 1개다. 금융업을 제외한 7개 기업은 모두 부채가 늘고 자본이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이 크게 악화됐다.
부채비율 증가율 1~3위인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진에어의 9월 말 현재 자본 합계는 62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조3286억 원)보다 95.6% 급감했다. 노재팬으로 인해 여객이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데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부채비율이 1000% 이상 늘었다. 특히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524.6%에서 4592.0%로 4059.7%포인트 악화됐다.
CJ CGV도 관람객 급감 등으로 인해 자본이 크게 줄었다. 2019년 9월 말 5322억 원에서 2020년 9월 말 3569억 원으로 3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722.9%에서 1118.4%로 395.5%포인트 늘었다.
이밖에 제조기업인 효성화학, SK머티리얼즈도 자본이 줄고 부채비율이 악화됐다. 제조업종은 연초 국내외 공장의 생산라인 중단으로 인한 물량 악화까지 겪었다. 두 기업의 부채비율은 올해 9월 말 457.3%, 318.0%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337.3%, 210.5%) 대비 120.0%포인트, 107.5%포인트 늘었다.
효성첨단소재(73.0%포인트 증가), 포스코케미칼(71.5%포인트 증가) 등 다른 제조기업도 부채비율 상승을 겪었다.
한편, CJ제일제당(-22.1%포인트), LG하우시스(-20.4%포인트), LG생활건강(-11.7%포인트) 등 코로나19 속에서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등 언택트에 힘쓰면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기업은 부채비율이 개선됐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