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올해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후판 가격이 하락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최근 2년간 영업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모두 손실 규모를 줄였다.
조선업계는 꾸준한 수주를 통해 일감을 확보했지만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금은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금 결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수주가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1~2년이 소요된다.
이에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이전 저가 수주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원가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한 점이 원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올해는 흑자 기대감이 높다. 최근까지 쌓아온 수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2026년까지 3년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선박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흑자 전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새로 만든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올해 2월 기준 163.69포인트로 작년 동월(154.73포인트) 대비 8.96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인하한 점도 실적 개선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상반기보다 톤당 10만 원 인하한 110만 원에 합의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 3·4분기 두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며 올해 연간 기준 흑자 기대감을 높였다. 각 분기별 영업이익은 1887억 원, 11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2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면 지난 2015년 이후 8년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끊어내게 된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러시아 프로젝트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물량을 확보해 왔고, 2021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해부터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던 악성재고인 드릴십을 매각하면서 잠재적인 경영 부담을 털어낸 점도 긍정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익성이 높은 선종으로 평가되는 LNG선을 기반으로 흑자전환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남아있는 선박 수주잔량 113척 중 절반이 넘는 62척을 LNG선으로 채웠다. 또한 지난해 4분기 약 25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하고, 일회성 비용인 임단협 타결급을 지급하면서 흑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