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박재현 대표이사 해임안 등 4개 안건에 대해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낸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해 안건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체로 박재현 대표 해임안 등에 대해 해임 사유인 부실경영 등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는 4건의 주주제안이 상정돼 있다. 사내이사 박재현(한미약품 대표이사)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의 해임안과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선임안이다. 이들 안건은 모두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측의 주주제안으로 상정됐다.
그런데, 이들 안건에 대해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GL)는 이 달 초 모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한미약품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 현황 / 자료=한미약품
한미약품에 따르면, ISS는 보고서에 “지난 2년간 한미약품이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고려할 때 박재현 사내이사 등의 부실경영을 주장하는 주주제안 측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며 “주주제안 측은 2명의 현직 이사진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지만,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GL도 주주제안 측이 현 이사진 교체가 필요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현 경영진이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많다는 의견 등을 보고서에 담았다.
실제로 박재현 대표 체제에서 한미약품은 실적이 성장했다.
1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미약품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미약품은 박재현 사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된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매출은 2022년 1조3315억 원에서 2023년 1조1409억 원으로 1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1억 원에서 2207억 원으로 40.0%, 당기순이익은 1016억 원에서 1654억 원으로 62.8% 성장했다.
올해의 경우 3분기 실적이 감소했지만, 3분기 누적 실적 지표는 모두 상승했다. 매출은 1조1439억 원으로 7.1%, 영업이익은 1857억 원으로 23.3%, 당기순이익은 1452억 원으로 12.6% 증가했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도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 반대’ 권고를 담았다.
자문사들은 박재현 대표가 2년 재임 중 매분기 연속으로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고려해 때 부실경영 또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는 “임기 중 이사 해임의 사유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1호 의안(박재현·신동국 해임안)이 부결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사회 인원이 회사 정관에 따른 상한에 도달해 신규 이사 추가 선임이 불가능하므로 2호 의안(박준석·장영길 선임안)에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박재현 대표·신동국 회장 해임안에 대해 반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3일 한미약품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의 건과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의 건에 대해 해임 근거가 불충분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했다.
한미약품 의결권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42%로 가장 많고, 10.43%를 가진 국민연금이 2대 주주다. 신동국 회장이 7.72%, 한양정밀 1.42%, 소액주주 약 39%로 구성됐다.
이번 임시 주총의 핵심 안건인 이사 해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특별결의 사항으로서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