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양극재 투자 관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첨단소재 사업이 캐즘영향으로 주춤한 가운데, 유망 신사업을 통해 상장발판을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데이터뉴스가 LG화학의 실적발표를 분석한 결과, 양극재를 생산하는 첨단소재(비중 13.4%) 사업 매출은 2023년 7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4000억 원으로 13.5% 축소됐다. 영업이익도 전년(5850억 원) 대비 12.8% 감소해 51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고객사 재고조정 및 양극재 공급과잉에 따른 판가 하락 때문이다. 올해 목표 매출도 전년 대비 줄어든 6조2000억 원으로 단기간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이에 맞춰 양극재 CAPA 계획을 올해 17만톤에서 15만톤으로, 2026년은 28만톤에서 17만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2026년 계획을 28만톤에서 20만톤으로 축소한 데 이어 17만톤으로 더 줄인 것이다.
2026년 CAPA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는 기존 20만 톤에서 11만 톤으로, 중국은 6만 톤에서 5만 톤으로 줄어들었다. 모로코를 포함한 기타 부문은 아예 빠졌다.
전반적인 양극재 생산계획이 축소됐지만, 특히 LFP 양극재 양산 연기가 눈에 띈다. 경쟁사인 엘앤에프가 2026년 LFP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인 것과 달리, LG화학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LFP 양극재는 주로 보급형 전기차에 쓰이는 소재로, 중국의 점유율이 높다.
LG화학은 이미 국내 청주 양극재 공장에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지만 본격 양산 시점을 기존 2026년에서 뒤로 미뤘다. 또한 연산 5만톤 규모의 모로코 LFP 공장 투자도 순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사와 협의를 해서 고객사가 만들어내는 양만큼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며, "LFP도 그런 것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다른 국가와 달리 미국 내 양극재 생산 목표치 1만 톤은 유지했다. 이는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6년 테네시 양극재 공장 양산 계획으로 보편 관세 부과 리스크 등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현재 미국 테네시주에 연산 12만톤의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으로 점차 생산라인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화학은 첨단소재 부문에서 배터리소재 외에 접착제와 친환경 주방가구 소재, 전기차 충전 케이블 시장 등을 공략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미국의 접착제 전문기업 유니실을 인수해 자동차 접착제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현재 수천억 매출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지난달 25일 HL만도와 자동차용 접착제 관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접착제 시장은 전동화·자율주행화에 따른 전장 부품 수요 확대로 2024년 9조 원에서 2030년 16조 원 규모로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접착제 사업의 경우 계속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고객사를 밝힐 수 없지만 수주를 논의 중에 있으며 이미 수주가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기업은 지난달 24일 한샘에 주방가구 표면재인 고기능성플라스틱 ASA 소재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지난 1월에는 이엘일렉트릭에 전기차용 난연케이블 소재인 초고중합도 PVC를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지속 성과를 내고 있다. 초고중합도 PVC는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며, 관련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도 2022년 441억 달러에서 2030년 4182억 달러로 연평균 32%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