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상류층 ‘꿀알바’는 ‘혜자카드’ 가입…몇 만달러 벌어”

NYT, “신규회원 보너스 등 프로모션 노려, 엑셀로 결제일 관리하며 신용점수 유지”

미국인들은 아르바이트로 잔디깎기나 개 산책 대신, 이제는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 가입을 선택하고 있다. ‘혜자카드’의 각종 프로모션을 마치 투자 상품처럼 활용해 수만 달러를 버는 중상류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신규 가입 보너스를 노리고 수십 장의 카드를 개설, 현금과 포인트를 챙기는 ‘처닝(Churning)’으로 4만달러(약 5675만 2000원)까지 벌고 있다. 이들은 카드사들의 세부 약관을 꼼꼼히 읽고, 스프레드시트 관리에 시간을 할애하며, 모든 거래에서 최대의 이익을 짜내는데에 열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신용카드 리워드 혜택을 이용해 수천 달러(수백만 원)를 벌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에 사는 57세의 프리랜서 TV 프로듀서인 매튜 팜의 부업은 신용카드에 가입하는 것. 그는 몇 달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접속, 새 신용카드를 신청한다. 

그는 가입 보너스가 있는 카드만 개설한다. 이들 카드는, 적절한 지출 목표를 달성하는 신규 고객에게 수백 달러(수 십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보상으로 제공한다. 그는 “가장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는, 카드 신청을 위해 ‘제출’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이라며 “그리고 승인되는 즉시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각 가입 보너스는 금액이 적다. 이 때문에, 괜찮은 수입을 얻기 위해 그는 신용카드를 계속 신청한다. 그가 이 부업을 시작한 7년 동안, 그와 그의 아내는 50장이 넘는 카드를 연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이 프로모션 보너스로 가족에게 4만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안겨줬다고 했다.

팜은 ‘처닝 커뮤니티’라고 알려진 집단의 일원인 처너(churner)다. 이들은 수익성이 좋은 프로모션 리워드를 얻기 위해 정기적으로 신용카드를 개설하는 사람들. 처너의 논리는 간단하다. “왜 가능한 한 많은 카드에 신청하지 않을까?”라는 것. 수백 개의 신용카드에서 가입 보너스가 제공된다.

팜은 자신을 극단적인 처너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는 7년 동안 50장 이상의 카드를 개설했지만, 매년 20장의 카드를 개설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 일을 해왔다고 NYT는 지적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박사 과정 학생인 아이작 코어는 팬데믹이 시작될 때부터 신용카드를 개설해 왔다. 그는 “올해 1만 5000달러(약 2130만 7500원)를 벌었다”라며 “박사과정 장학금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실제로 내 수입을 크게 늘려준다”고 NYT에 말했다.

처너는 각계각층에서 온다. 일부는 젊은 성인, 일부는 전업주부, 또 일부는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 하지만 대부분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어는 “이것은 세부 약관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취미”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처너는, 매주 스프레드시트 관리에 몇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라도, 모든 거래에서 마지막 1달러까지 짜내려고 한다고 NYT는 밝혔다.

린지 애쉬는 15년 전 자신과 남편을 위해 신용카드를 개설하면서 처닝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이 부부는 약 60장의 활성 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금액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다”며, “나는 여전히 ‘정말일까?’ 싶은 순간들을 늘 경험한다”고 말했다. 매년 몇 만달러(수천만원)의 현금 외에도, 그녀의 처닝은 일본, 플로리다, 하와이로의 연례 휴가를 지원하고 있다.

처닝은 그러나, 모두에게 적합하지는 않다. 이 취미는 선행 현금이 필요하다. 가입 보너스를 얻으려면, 일반적으로 고객이 지출 한도를 채워야 하기 때문. 한 번의 잘못된 단계는 가입자의 신용점수를 망칠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이자를 초래한다.

팜은 “재정 관리와 청구서 처리에 조금이라도 불확실하다면, 처닝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처너들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높은 신용점수를 가진다. 새로운 신용 한도 개설이 고객의 점수를 낮출 수 있지만, 낮은 신용 활용률(credit utilization)은 신용점수를 높인다. 처너들은 카드 컬렉션을 통해 방대한 양의 신용에 접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최우등급의 신용점수를 누린다.

카드 발급사들은 수천 명이 자신의 프로모션 혜택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인기 있는 카드 발급사였고 나중에 캐피털 원에 인수된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의 전 최고경영자인 로저 혹실드는 “문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첫째, 발급사는 고객이 잔액을 갚지 않을 때, 종종 매우 높은 이자율을 부과한다. 둘째, 고객이 구매를 위해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소액의 수수료를 얻는다.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회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고객이 자신의 카드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려 한다.

혹실드는 “새로운 신용카드를 발급받게 하려면, 그들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십 년 동안 프로모션 혜택의 순환이 이어지며, 발급사들은 매년 새로운 캐시백 카테고리와 일회성 보너스를 도입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혹실드는 “내부적으로 신용카드 회사의 금융 분석가들은, 고객 대부분이 카드에 가입한 후 구매 대부분에 그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발급사들은 프로모션 혜택으로 손해를 보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 수수료와 이자 수취로 이를 만회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가정은, 혜택이 너무 매력적일 때 특히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시스템으로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 경우 한꺼번에 몰려들 수 있기 때문. 혹실드는 “카드회사는, 프로모션의 문자 그대로만 행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돈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카드발급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체이스는 최근 동일한 신용카드에 여러 번 가입하려는 고객들을 단속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발급사들은 공개적으로 광고된 혜택을 차별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 당국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혹실드는 말했다.

처닝 커뮤니티의 정확한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 이 관행에 대한 미국 커뮤니티 레딧의 페이지는 매주 수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한다. 이 주제에 대한 인기 웹사이트와 팟캐스트는 월간 수천 건의 조회수를 올린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때때로 좋은 프로모션 혜택을 이용하며 가볍게 참여한다. 미 연준 이사회에서 발표한 2023년 연구를 보자. 정교한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잔액을 이월하고 리워드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 3120억 원)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한다.

30세의 사업가인 맥스 구나라는, 신용카드 회사와 항공사들이 자신의 혜택과 보너스로 인해 연간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약 4262만 4000 원~7104만 원)를 손해 보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는 개인 카드와 법인 카드의 연회비로 1만 5000달러를 지불하지만, 지출 1달러당 약 3.3포인트를 벌고 있다. 여러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지출은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에 달한다.

구나라는 “나는 신용카드 41장을 가지고 있고, 현재 1900만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워드를 최적화하려는 모든 사람 뒤에는 고액 연회비 카드의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10명에서 100명’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것은 나에대한 엄청난 부의 이전”이라고 말했다.

일부 카드는 가입 보너스로 첫 12개월 동안 무이자를 제공하기도 한다. 구나라는 그러한 카드 중 하나를 사용, 7만 6000 달러(약 1억 798만 800 원)를 무이자로 빌렸고, 만기 직전에 잔액을 갚았다. 그는 “오늘날의 이자율 환경에서, 이것은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형태의 사업 신용”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더 나아가기도 한다. 카드 소지자들은 거액의 잔액을 쌓을 때 캐시백을 받는다. 이 때문에, 그들은 종종 조작된 지출, 즉 실제로 돈을 쓰지 않고도 사용자가 지출을 만들 수 있는 허점을 찾는다.

캘리포니아의 처너인 애쉬는 “옛날에는 조폐국에서 1달러 (약 1421,1원)짜리 동전을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해 가입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기술에는 △기프트 카드 구매, △세금 초과 납부, △코스트코에서의 금괴 구매 등이 포함된다. 이는 캐시백을 얻고 프로모션 한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일부 사람들은 또한 ‘구매 그룹’이라고 알려진 것에 참여한다. 상점들은 종종, 새로 출시된 아이폰이나 할인 중인 전자제품처럼 수요가 많은 제품을 제한된 수량만 구매할 수 있다고 고객에게 알린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은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이 회사들은 수백 또는 수천 명의 개인이 각각 제품을 별도로 구매한 다음, 대량 구매자에게 재판매하는 구매 그룹과 협력한다. 이런 식으로 구매자는 원하는 모든 제품을 얻고, 그룹 구성원은 신용카드 리워드를 얻는다.

처너들은 그러한 속임수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돈을 버는 기술이 너무 인기를 얻을 때마다, 기업들은 그 허점을 막거나 파산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비밀로 유지한다. 구나라는 “하나의 허점이 닫히면, 또 다른 허점이 열린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미국처럼 본격적인 처닝이 성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미국에 비해 카드 가입 보너스의 규모가 작고,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연간 수십만 원 상당의 보너스 포인트를 주는 카드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미국처럼 수백 달러(수십만원)에 달하는 현금성 보너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한 카드사들의 가입 장벽도, ‘기존 동일 카드 보유 고객 제외’, ‘연간 가입 카드 수 제한’ 등으로 높은 편이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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