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구직자들이 취업의 첫걸음인 서류전형 준비에 한창이다. 입사에 성공했다는 자기소개서를 구해 읽는가 하면, 스스로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평가해달라며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올려 자문을 구한다. 인터넷에선 대기업에 합격한 구직자의 자기소개서가 마치 시험답안지처럼 돌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정보 중엔 오해의 소지나 잘못된 해석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보들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따르기만 했다간 서류전형에서 낭패를 보게 된다. 이에 대한민국 인사취업전문기업(HR기업) 인크루트(www.incruit.com)는 각 기업 인사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얘기, 인크루트 취업컨설턴트들의 구직자 상담 사례를 통해 '자기소개서에 관한 오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를 정리해 소개한다.
▲ 단점도 솔직하게 고백해야?
'성격 장단점' 항목은 자기소개서의 가장 기본 항목. 이전에는 스스로의 장단점을 가식적으로 꾸며 앞뒤가 안 맞거나 면접과정에서 들통나곤 했기 때문에 솔직하게 쓰라고들 조언했다면 최근엔 반대로 무조건 개성있고 튀어 보이기 위해 개선 가능성이 없는 단점까지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단점은 '과유불급'이다. 적절히 쓰지 않으면 쓰지 않으니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다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업무진행에 문제가 있거나 조직생활을 헤치는 단점이 있다면 인사담당자는 일단 제외하고 볼 것. 단점을 쓰려면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쳐나가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게 좋다. 융화와 팀플레이가 필수적인 회사생활에서 “독단적인 성격이 있지만 기획력이 우수하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한다”라고 얘기하는 구직자를 선뜻 뽑을 기업은 없다.
▲'성장과정'은 가정교육을 보기 위한 것?
자기소개서에서 '성장과정'은 대부분 맨 처음에 나온다. 구직자들은 왠지 성장과정 난에서 '좋은 환경 아래서 착실하고 큰 문제없이 자라왔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 기업이 성장과정을 맨 처음 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장과정은 구직자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문제해결의 방식은 무슨 과정을 통해 길러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직무와 관련된 소양을 어릴 적부터 꾸준히 길러왔다는 인상을 주도록 해야 한다. '저는 O남 O녀 중 O O으로 태어나, 엄격하지만 자상하신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성실하게 자라왔다..'는 식의 성장과정은 결코 서류전형 통과에 도움이 안 된다.
▲ 경력과 경험은 다다익선(多多益善)?<
별다른 사회생활 경험이나 경력이 적을 수밖에 없는 신입 구직자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성 없는 경험들을 잔뜩 나열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업은 이것저것 다할 줄 아는 '만능'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디자이너를 채용하는데 텔레마케팅 경험이 우대될 리 만무한 것과 같은 이치다. 경험, 경력을 보는 것은 해당 직무와 관련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고,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경험, 경력 역시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
▲ 길게 꽉 채워야 성의 있어 보인다?
흔히 구직자들은 자기소개서는 길게 써야 성의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글자 수나 분량제한을 주더라도 꽉 채워서 제출해야지 빈 공간이 있으면 성의 없고 열의가 없는 지원자로 비춰져 인사담당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내용의 질'이다. 길지 않더라도 인사담당자가 꼭 알았으면 하는 알맹이를 적어야 한다. 너무 짧아 정말 취업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쳐지면 곤란하겠지만 구구절절 대체 핵심이 뭔지 알 수 없는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를 지치게 한다. 또 하나. 웬만하면 행간이나 띄어쓰기, 단락구분을 적절히 사용,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좋다.
▲ '열정'만 강조하면 인사담당자는 감동한다?
'뭐든 맡겨만 주십시오', '잘 모르지만 배워가며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식의 자기소개서는 탈락 1순위다. 이런 문구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대표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오해는 구직자의 '열정'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 열정도 분명 평가의 중요한 잣대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역량과 기본스킬조차 갖추지 않고 열정만을 강조하는 것은 '떼쓰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이 직원을 선발할 때 주요 기준 중 하나는 '가르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가'다. 열의는 대단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하는 직원은 좋아하지 않는다.
▲ 튀는 것만이 살 길?
창의적인 개성이 묻어난 '튀는' 자기소개서가 서류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구직자들이 잘 아는 사실. 그러나 구직자들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원회사가 '자사양식'을 요구한다면,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상당수의 구직자들은 '자사양식'을 지키는 것보다 독특한 양식에 재미있게 써야 인사담당자 눈에 들 것이라는 오해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개성 있고 창의적이더라도 '자사양식'에서 벗어난 자기소개서는 바로 휴지통행이다. 정해진 잣대를 지키지 않는 것은 개성 있는 게 아니고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을 선호한다?
간혹 자기소개서를 인생역정, 또는 지나온 삶에 대한 고백처럼 여기는 구직자가 있다. 어렵고 험난했던 과거를 지나치게 자세하게 구구절절 나열하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자기소개서는 기업에 취업할 것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지 절대 인생고백서가 아니다. 흔히 겪을 것을 다 겪어본 사람처럼 보이면 무슨 일이든지 잘할 것이라고 여겨 채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너무 굴곡이 많은 구직자로 비쳐질 경우 성격적으로 모가 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