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명예 날개가 없다...벤처부호 김정주 회장

진경준 검사장 구속...청와대 수석 집안과 부동산거래 의혹 등 폭탄 잇따라

2005년 말 1260억 원, 2010년 말 5400억 원, 2015년 말 28750억 원. 5년 단위로 4, 5배씩 커졌다. 넥슨 김정주 회장의 주식가치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지배하는 비상장 엔엑스씨(NXC) 지분 67.5%를 보유한 김 회장의 주식가치는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산정법(순자산*지분율)에 따라 3조 원에 육박한다. 10년 전보다 무려 22.8배 불었다.

10일 데이터뉴스 조사에 따르면, 김 회장의 주식가치는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창업해 부호에 오른 신진 기업인 중 1위였다.

하지만 최근 김 회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그의 명예는 추락하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에 주식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집안과의 부동산 거래 의혹이 더해졌다. 이런 와중에 기대하던 신작 게임마저 흥행에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넥슨에서 주식 등 95000만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진경준 검사장은 결국 지난 8일 해임됐다. 현직 검사장의 해임은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주식을 뇌물로 받은 진 전 검사장은 이를 되팔아 100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 올 초 진 전 검사장이 신고한 재산 156억 원은 법조인 중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외 김 회장은 김 전 검사장의 스폰서 역할도 했다. 2008년 넥슨이 소유한 고급 승용차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11회에 걸쳐 진 전 검사장의 가족 해외여행 비용을 대주기도 했다.

김정주 회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나란히 16일 첫 재판을 받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잘못된 만남이 되고 말았다.

김 회장과 진 전 검사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절친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정주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20대였던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2년 뒤 출시한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히트시키며 게임업계 큰형님 위치에 올랐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3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곧이어 행정고시도 통과한 엘리트 법조인이다. ‘금융 프라이버시권논문으로 서울대 박사 학위를 받는 등 경제통 검사로 꼽히기도 한다.

김 회장의 곤욕은 이 뿐이 아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집안과의 부동산 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넥슨코리아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우 수석 처가 소유 1300억 원대 부동산을 매입했다가 14개월 만에 되판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넥슨은 강남 신사옥을 지으려 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진 전 검사장과의 정경 유착 의혹을 받은 만큼 김정주 회장의 명예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지난해에는 게임 업계 양대 축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에게 부도덕적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택진 사장은 김정주 회장의 서울대 1년 선배다.

넥슨은 지난 2012년 김 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14.68%8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손잡았지만 애초 계획했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아지자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돌연 입장을 바꾸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손을 잡아주며 일단락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넥슨이 게임 개발에 힘을 쏟기보다 위젯(메이플스토리), 네이플(던전앤파이터) 등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워왔다는 과거 행적이 부각되며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이 김택진 사장으로부터 촉발했다는 설도 있으나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김 회장으로선 기분 나쁜 일이다.

넥슨은 세계 최초로 부분유료화 시스템을 도입해 큰돈을 벌었는데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아이템 현금 구매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해서 돈슨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김정주 회장의 명예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넥슨의 기대작마저 허물어졌다. 넥슨이 300억 원을 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서든어택2’가 지난달 말 서비스 개시 23일 만에 종료됐다.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PC방 사용자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 할 정도로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데이터뉴스 =박시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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