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고재호·남상태 전 사장에 이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던 정성립 사장까지 검찰에 소환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부도덕한 CEO' 배출의 온상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수조원대 자금을 수혈받아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 사장 역시 고재호, 남상태 전 사장에 이어 회사의 부실을 의도적으로 속인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7일 오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할 경우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점을 우려한 정 사장이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대우조선해양 재무 부서에 전년도 영업 손실 규모를 1200억 원가량 축소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을 떠난지 9년 만에 CEO로 복귀한 정 사장은 직전 사장인 고재호, 남상태 사장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대우조선해양의 3번째 CEO가 됐다.
정 사장은 1950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인물이다. 1974년도에 산업은행으로 입행해 조선 회사와 관련된 여신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1976년에 동해조선공업으로 이직했다가 1981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사장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1995년 본사 인사담당 상무 자리에 올랐으며 2년 뒤인 1997년엔 관리본부장 전무로, 2000년에는 지원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대우조선공업이 워크아웃 중이던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장으로 취임했고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 시킨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아 왔다.
그런 정 사장은 임기를 8개월 앞둔 2006년 2월 돌연 사퇴를 선언하고 대우조성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대우조선해양을 떠난지 9년 만이던 지난 2015년 6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구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옥포 앞바다에 빠져죽겠다는 각오로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또 “4조20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지원해주면 더 이상 추가 지원 없이 대우조선을 정상화 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현 경영진마저 회계조작을 이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2015년 취임 당시 남성태·고재호 전 사장 등 전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에 진정서를 냈던 정 사장의 ‘과거와의 단절’과는 정 반대되는 행보다.
검찰은 정 사장을 조사한 이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고 전 사장과 남 전 사장은 구속 기소된 상태며, 오는 18일 고 전 사장에 대해선 선고공판이 열린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1973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 옥포 조선소로 출범해 1993년 선박수주 세계 1위까지 올랐던 기업이다. 1994년 대우중공업과 합병했다가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00년 대우조선공업·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청산법인 대우중공업 등으로 분리됐다.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2016년 3분기 기준 지분율 49.7%)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결정했으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결렬됐다. 2015년 수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채권단 자율 협약 상태에 들어갔고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4조 원대의 긴급자급을 결정했으나 지난 2016년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591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1조4277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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