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한샘의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2.2%나 급감했다. 지난해 사내 여직원 성폭력 피해 논란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은데 이어, 올해는 주택 시장 규제강화에 따른 수요 침체 등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샘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한샘의 누적 매출액(잠정 실적)은 1조3764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5039억 원) 대비 8.5% 급감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 1226억 원에서 올해 586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업계는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 등으로 가구 업황이 한동안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샘의 실적 악화는 전반적인 업황을 고려하더라도 두드러진다.
실제로 가구업계 주요 기업(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한샘을 제외한 두 개 기업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한샘의 2분기 기준 매출액은 9479억 원으로 직전년도 동기(9764억 원) 대비 2.9%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의 매출액이 3875억 원에서 6709억 원으로 73.1% 급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넥스 역시 2017년 상반기 2010억 원이던 매출 규모가 올해 2170억 원으로 8%가량 늘어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부문 역시 한샘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지난 2017년 상반기 736억 원이었던 한샘의 영업이익을 올해 444억 원으로 39.7%가량 급감했다. 이 기간 에넥스 역시 영업이익이 26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줄었지만 감소율(35.2%)은 한샘이 4.5%포인트가량 더 높았다. 현대리바트는 영업이익이 226억 원에서 275억 원으로 되려 21.6% 증가했다.
한샘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596억 원에서 올해 369억 원으로 38.1%가량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의 당기순익은 154억 원에서 226억 원으로 46.4% 급증했다. 에넥스는 20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18.5% 줄었다.
이에 따라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의 고심이 깊어졌다.
최 회장은 1949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3년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했다가 1979년 한샘으로 이직했다. 이후 1989년 한샘 상무이사, 1994년 한샘 대표이사 전무, 1998년 한샘 대표이사 사장, 2004년 한샘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12월부터 한샘 대표이사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최 회장은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 중 한명으로 지난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약 24년간 한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샘은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을 제외하면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일가가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최 회장은 조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샘을 연 매출 2조원의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지난해 사내 여직원의 성폭력 피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뤘다. 해당 사안은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인 내용으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불매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엌 가구와 인테리어 가구 등의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샘의 실적을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부엌가구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 4449억 원에서 올해 4015억 원으로 9.8%나 급감했다. 인테리어 가구 부문 역시 3373억 원에서 3080억 원으로 8.7%가량 매출이 줄어든 상태다.
한편 실적 악화와 부동산 업계 불황 등으로 한샘의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샘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5만100원으로 전년 같은 날(17만9000원) 대비 72%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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