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보험사기에 경종을 울릴 때다

올해 초 중국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이 계단에서 굴러 사망하였다며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 병원에서 발급된 사망진단서만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판단하기 어려워 조사자를 중국으로 보내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시신이 발견된 고인의 아파트 실내 계단은 사망사고의 위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낮은 계단이었고,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조사결과 고혈압 병력을 가지고 있던 고인이 사망전날 과음을 한 후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중국에서 재해로 사망하였음을 주장하는 청구건 중에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망진단서상의 사인과 사망당시의 정황을 근거로 재해유무를 판단하지만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지조사를 진행한다. 사고현장 확인, 목격자 및 검안의 면담, 공안과의 협조를 통해 보험금 지급유무를 결정할 근거를 도출해 낸다.

한중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각 보험사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보험금 청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언어와 지리적 문제, 환율차를 감안하여 소액 청구건에 대해서는 현지조사 없이 서류 내용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처리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청구건수가 늘어나고 청구액수가 커짐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금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보험사기 적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인이 중국에서 벌인 보험사기의 적발유형은 허위재해주장, 진단서 위조, 치료사실 과장, 허위 장기입원 등으로 갈수록 다양화, 지능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허위 장기입원 유형은 제출된 서류만 봐서는 적발하기 어려운 케이스이다. 입원수속도 하고 병원비도 지불했기 때문에 회진의사나 간호사와의 면담 및 매일 기록하게 되어있는 체온기록 챠트를 통해 환자가 실제 입원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허위 장기입원으로 보험금을 받은 자가 추가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중국으로 원정입원을 떠난 예도 있었다.

치료사실을 과장하는 유형은 중국에서 장기체류하며 사업을 하거나 유학을 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하며 경미한 사고로 인해 현지 병원에서 통원치료만 했음에도 마치 입원한 것처럼 서류를 제출하여 입원급여금을 요구하거나 골절 후 깁스 처치한 것을 금속내고정술을 한 것처럼 진단서를 조작하여 보다 많은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에서 허위진단서, 심지어 허위 사망진단서까지 활개를 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의사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및 낙후된 병원기록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오랜 기간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대량으로 의사가 배출되어 온 까닭에 현재 공급된 인력에 비해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경제개방으로 인해 고소득 직종이 늘어나고 있으나 의사는 상대적으로 수입이 높지 않은 편이다. 대학병원의 저명한 의사는 예외지만 일반적으로 중소형 병원이나 개인병원 의사의 월급은 한화로 40∼50만원선이다. 따라서 월급이외에 뇌물과 같은 기타 수입에 유혹을 받기가 쉬워 환자들에게 뒷돈을 받고 수술일자를 앞당겨 주거나 위조진단서를 발급해 주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의 보험사들은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전국 1600곳의 병원에서 치료한 것만 보험금 청구시 인정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해 놓고 있다. 이렇게 지정된 병원은 당국에서 허위진료나 허위서류 발급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허위조작이 판치는 중국에서 보험사들이 나름의 대책으로 내세운 방안이다.

작년 한 해 44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했다. 사업 또는 유학을 목적으로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의 수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성장을 거듭해 나갈 수록 중국을 왕래하는 한국인은 더 늘어 날 것이고, 보험사기 발생건 수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보험조사시스템으로는 중국발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다. 보험업계 공동으로 정보공유와 보험사기에 대한 공동조사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험사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보험사기를 방관하지 않는 일반인들의 사고의 전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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