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뿌리풀은 제주도의 몇몇 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식물이다. 사진=조용경
5월 중순 이후 제주도의 몇몇 오름에서 침엽수처럼 생긴 무성한 잎들 사이에 핀 붉은색 부케 모양의 특이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피뿌리풀' 입니다. 피뿌리풀은 쌍떡잎식물로 팥꽃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피뿌리풀이란 특이한 이름은 뿌리 부분의 색이 피처럼 붉다는 이유로 붙여졌다고 합니다.
피뿌리풀의 원산지는 몽골이며, 몽골 이름은 '달랑 투루'라고 합니다. '70개의 머리'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피뿌리풀은 꽃이 붉은 색이고, 잎은 창 모양이다. 사진=조용경
피뿌리풀은 오로지 제주도 동부의 몇몇 오름에서만 자생합니다. 땅속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뭉쳐나며, 높이는 20~40cm입니다. 15~30mm 크기의 잎은 전나무의 잎처럼 창 모양이고, 다닥다닥 붙어서 어긋나기로 납니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매끈합니다.
꽃은 5~6월 사이에 원줄기 끝에 10~20개 정도가 모여서 피고, 진한 붉은색입니다. 꽃받침은 분홍색이며 끝부분은 5개로 갈라집니다. 수술은 10개이고 두 줄로 붙어 있습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뿌리는 선홍색으로 더덕 비슷한 모양이고,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피뿌리풀이 제주도 오름 지역에만 자생하는 것과 관련해 고려 말 원나라가 제주도를 침략했을 때 유입되었다는 가설과 빙하기 때부터의 잔존 식물이라는 가설이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수년 동안 '피뿌리풀의 유전자 다양성 연구'를 수행한 결과 피뿌리풀은 고려 시대 쿠빌라이의 몽골 군대가 우리나라를 침략해 제주도에 말의 방목장을 만들 때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네요.
피뿌리풀은 고려 때 몽골이 침입할 당시 전래된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피뿌리풀은 전세계적으로 몽골, 중국의 내몽고 지역에 분포하며, 한반도에는 제주도의 동부 오름 지역에만 자생하는 희귀종입니다.
저는 2005년부터 몇 년 동안 제주도 오름 지역을 탐사하면서 꽤 많은 피뿌리풀을 관찰하였었는데, 근래에 남획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됐습니다.
피뿌리풀의 꽃말은 '슬픈 정열'입니다. 매우 정열적인 모습의 붉은색이지만, 이젠 거의 멸종 위기에 들어서 있기에 그런 꽃말이 붙은 것 같네요.
아무쪼록 보호와 복원이 잘 이루어져서, 예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