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인적쇄신 앞둔 LG…그룹 2인자에 관심 집중

권영수 부회장 LG엔솔로, CEO 연쇄 이동 앞둬…후임에 권봉석·정호영·홍범식 사장 거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그룹 2인자인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사장단의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LG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그룹 상장계열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10개 기업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에 사내이사 임기만료를 앞둔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신학철 대표는 구광모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신 대표는 취임 이후 미래성장을 이끌 사업 발굴에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첨단소재사업본부 신설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LG에너지솔루션 분사와 LG전자 분리막 사업 인수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꾀했다.

최근에는 2025년까지 ESG 기반 지속가능 성장분야에 1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장기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취임 이후 LG화학의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조277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849억 원)보다 153.8% 증가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LG이노텍은 정 대표 체제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LED, HDI기판을 비롯해 경쟁이 심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카메라모듈, 전장 등 강점을 가진 사업에 집중하며 설비 투자를 강화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출시된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12'의 역대급 흥행에 힘입어 카메라모듈부문이 성장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3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87억 원)보다 146.4% 상승했다. LG이노텍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 가능성을 끌어올리며 연임에 청신호를 켰다. 정 대표는 지난해 사내 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5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를 4년 당겨 달성하게 됐다.

LG그룹의 최장수 CEO인 차석용 대표도 2022년 3월 임기 만료가 예정돼있다. 차석용 대표는 2005년 1월 LG생활건강의 수장에 올라 17년 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뛰어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임기를 이어와, 그룹 내 최장수 CEO이면서 최고령 CEO 타이틀을 갖고 있다. 차 대표는 1953년생으로, 올해 만 68세다. 그룹 내 부회장단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와 신학철 LG화학 대표는 1957년생이다.

차 대표는 올해도 어김없이 영업실적 상승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연임에 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486억 원으로, 전년 동기(9646억 원) 대비 8.7% 늘었다. 2018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송구영 대표가 이끄는 LG헬로비전과 정성수 대표가 이끄는 지투알도 올해 호실적을 거뒀다. LG헬로비전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262억 원에서 올해 371억 원으로 21.1% 증가했고, 지투알은 올해 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을 앞세운 생활가전(H&A)사업이 성장세를 이끌며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 들어 매출 기준으로 3개 분기 연속으로 라이벌인 미국의 월풀을 제쳤다. 4분기에 큰 반전이 없으면, 올해 생활가전 부문의 사상 첫 세계 1위 달성이 유력하다.

이 가운데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LG그룹 2인자 권영수 부회장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권 부회장은 그간 구광모 회장과 그룹 지주사인 ㈜LG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최근 LG그룹은 권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진행했다.

권봉석 대표는 1963년생으로 권영수 부회장(1957년생)보다 6살 적다. 구 회장과 2014년 LG 시너지팀에서 함께 일했다. 권봉석 대표는 LG전자 대표 취임 당시 LG그룹 전체의 인적쇄신과 맞물린 세대교체 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LG전자를 맡은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도 권영수 부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된다. 정호영 대표는 권봉석 대표와 같이 2020년 3월 수장에 올랐다. 취임 이후 OLED TV 시장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목표인 800만 대 판매와 연간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적도 상승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7530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권영수 부회장의 후임 후보군에는 홍범식 ㈜LG 경영전략팀장(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1968년생으로 거론되는 후보들 중 가장 젊다.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2018년 11월 영입됐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LG마그나 설립,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등 사업재편 과정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올해 황현식 대표를 신임 CEO로 맞았다. 황 대표는 모바일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유플러스 내부인사가 사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처음이라 주목받았다. 

황 대표는 유무선 사업과 신사업이 고른 성장에 힘입어 올해 3분기에 2010년 이후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선전했다. LG유플러스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820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07억 원)보다 15.5% 증가했다. 

LG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로보스타는 올해 1~3분기 1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흑자 달성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01억 원)보다 적자 폭을 크게 줄인 것은 희망적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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