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재무 부담이 커졌다. SK온은 영구채 발행 등 재무구조 개선이 힘쓰는 한편, 비상경영을 통해 흑자전환을 당기고 정상궤도에 진입하겠다는 포석이다.
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배터리 주요 3사(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SK온의 부채비율이 188.2%를 기록, 3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비해 늦게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어 집중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SK온은 지난해 6조7869억 원을 투자비로 썼다.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해도 7조5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온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58.1%까지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말 200% 밑으로 낮췄지만,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84.5%), 삼성SDI(72.2%)의 부채비율을 크게 웃돈다.
SK온 측은 지난 2년간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며 재무구조 안정성이 줄었지만, 초기 투자 이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가 개선되면서 점차 재무 부담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SK온은 또 지난달 말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사모 신종자본증권,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긴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하반기부터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을 떨어뜨린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중 하나로 영구채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이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달한 자금은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SK온은 지난 1일 전기차 시장 둔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올해 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하면 내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임원에 대한 복리후생도 축소하기로 했다. 다만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이석희 SK온 CEO는 전체 구성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