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대중국 억제의 핵심 전력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미 동맹의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6월 한국의 차기 대통령 선출을 계기로, 양국은 동맹의 미래에 대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한미동맹을 “철통같이 굳건하다”라고 강조하지만, 이 진부한 표현은 곧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가 최근 주장했다. 클린트 워크(Clint Work) 미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연구원의 ‘한미동맹, 재편의 기로에 서다’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더 디플로매트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역내 지휘관들은 주한미군 등 동맹국 영토에 주둔한 미군을 대중국 억제 및 견제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발표한 ‘2025 국방 전략 개발 성명’에서, 중국을 ‘유일한 속도 제어(pacing)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만 방어를 최우선 시나리오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OM)와 주한미군 간 '전략적 통합'이 급속히 진전 중이라는 군 당국의 보고도 나왔다.
특히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장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 전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라고 강조하며,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 억제를 넘어 확장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한미동맹에 가중할 부담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 국방부는 "현재 주한미군의 임무 변경이나 대만 분쟁 개입 요청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 측의 압력이 본격화될 경우 동맹 내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논의는 2000년대 초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쟁을 연상시킨다고 더 디플로매트는 해석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려 했으나, 한국은 ‘대중국 갈등 개입 불허’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과 마찰을 빚었다.
현재 한국 정치권에서는 진보 진영이 “주한미군의 대중국 역할 확대는 동맹의 본질적 목적을 훼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력 강화는 북한 억제력 제고에 도움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궁극적으론 미국의 ‘동맹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혼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부 작전 참여 범위 ▲전작권(OPCON) 이전 후 동맹지휘 체계 ▲상호방위조약의 해석 차이 등 3대 현안을 오는 6월 4일 출범할 차기 한국정부와 조율해야 한다고 더 디플로매트는 분석했다. 특히 전작권 전환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시 즉각 재점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한국 주도의 지휘 체계로 전환해야 동맹의 주권적 균형이 맞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 외에 중국과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크다. 한국의 정치권과 국민들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작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작권의 전환 논의는 ▲한국의 안보 주권 강화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율하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 나라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와 전략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미 당국자들은 동맹의 변화를 추진해야 하며, 이를 달성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을 초기 단계부터 그리고 지속적으로 협의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더 디플로매트는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건전성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치화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역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디플로매트는 “한미동맹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동맹의 목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조율을 통해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