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 투자, 지금은 ‘백미러’ 아니라 ‘전방’ 볼 때”

이코노미스트, “과거 실적으로 미래 낙관 말라. PER 등 지표는 이미 장기 수익률 저하 예고”

“투자자는 과거를 보지만, 시장은 미래를 봐야 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그리고 ‘2021년 최고점’ 이후와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주식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 고평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시마다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과거 수익률이 높았다고 미래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일 수 있다”라며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s Ratio)과 할인율 같은 미래 수익률 지표가 무시돼서는 안된다.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대에는 오히려, 냉정하게 ‘앞을 보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최근 지적하고 나섰다. 

이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지금, 고평가・투자자 자기확신・경제 환경 변화라는 3가지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는 것. 외신을 종합하면, 시장은 ▲첫째, 2023년 이후 반등으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과잉돼 있고 ▲둘째, 에스앤피(S&P)500의 PER이 20배 이상이어서 역사적 평균(16배)을 크게 상회하며 ▲셋째, 고금리의 장기화, 미·중 갈등, 인공지능(AI) 파장 등 구조적 변환기를 맞고 있다.

주식은 배당, 이자 등 일련의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를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투자자들은 이 미래의 현금흐름 가치를 예측하고, 이자율, 현금흐름의 위험도, 그리고 자신의 위험 선호도(risk appetite)에 따라 이를 현재 가치로 할인한다. 이 모든 요소를 더하면 주식 가격이 된다. 

하지만 현실이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상황은 훨씬 더 어렵다. 대부분의 주식 분석가들은 미래의 수익을 몇 년 이상으로는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인된 현금흐름(DCF·Discounted Cash Flow)’ 모델은 여전히 유용하다. 

주가를 현재 수익으로 나누면, 시장이 미래 현금흐름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추정할 수 있다. 이 할인율은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장기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유용한 지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낮은 할인율(즉, 높은 PER)은 낮은 수익률을, 높은 할인율은 높은 수익률을 예고한다는 것. 은퇴 준비나 자산 배분 결정을 하는 투자자에게 이는 중요한 정보다.

할인율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표가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많은 투자자가 이를 무시한다는 점. 학계나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이러한 미래 지향적 수익 예측 모델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실제로 많은 자산운용사의 자본시장 장기전망은 이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접근을 택한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미래를 보는 대신, 과거 수익률을 기반으로 미래 수익을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백미러를 보고 투자하는 것(Rearview-mirror investing)과 같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방식이라는 것. 

사실 2009년 이후, 대부분의 시기에는 이런 방식이 이론적 모델보다 더 잘 맞아떨어졌다. 2010년대 동안 미국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PER도 함께 상승했지만, 강세장은 계속됐다. 주가가 고평가돼 보인다고 주식 비중을 줄였던 투자자들은 수익을 놓쳤다.

2022년 약세장이 끝난 후에도 주가는 다시 상승했고,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가속화됐다. 이런 이유로 올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시마다 매수에 나선다.

과거를 쳐다보는 건 아마추어 투자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식 분석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기업의 수익 성장률을 정확히 예측해야 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나, 역사적 성장률과 미래 성장률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음(-)’의 값을 가진다. 이론적으로, 파생상품인 옵션 가격은 향후 변동성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환 옵션(foreign-exchange options)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이 과거 급등락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을 보면, 최근 1년간 외환 옵션 트레이더들은 지속적으로 미래 변동성을 과소평가해왔다. 이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이러한 ‘백미러 투자’의 진짜 문제는, 바로 앞 유리창에 무엇인가가 부딪히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직전이나 2021년 고점 이후의 급락 직전처럼, 과거의 상승세에 기대 투자하는 것이 똑똑해 보였던 시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PER 등 미래 지표는, 고평가를 경고하고 낮은 수익률을 예고했었다. 투기 열풍이 뜨겁던 상태에서는 이러한 경고가 우울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하락장이 찾아왔다. 헤지펀드인 에이큐알(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안티 일마넨은 이렇게 강조했다. 

“백미러 투자 성향은, 투자자들이 최근에 좋은 성과를 냈을 때 가장 강해진다. 그 성과가 단지 평가 상승 덕분일 경우, 특히 오해를 낳는다. 그리고 상황이 변화하고 있을 때, 가장 위험하다. 지금의 미국 주식시장에는 이 세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 지난 몇년간 백미러 투자를 통해 학계나 대형 금융기관들을 이긴 듯 보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이제는 전방의 도로를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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