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타 방산업체 대비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 공백까지 길어지며, 하반기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보인다.
1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AI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72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6806억 원) 대비 6.4% 줄었다. 영업이익은 1320억 원으로 전년 동기(1223억 원) 대비 7.9% 증가했다.
다만 실적 성장세는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KAI는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4조870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상반기까지 38.5%인 1조5726억 원에 그쳤다. 신규 수주도 8조4590억 원 목표 중 37.4%인 3조1622억 원에 머물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사들이 상반기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도 대비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0.7% 급증한 11조7577억 원, 영업이익이 301.5% 오른 1조4251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로템 역시 영업이익이 192.5% 늘어난 4604억 원을 기록했으며, LIG넥스원도 영업이익이 64.7% 증가한 1912억 원에 달했다. 세 기업 모두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돈 반면, KAI는 8.6%에 그쳤다.
강구영 전 사장이 지난 7월 대표직에서 퇴임한 이후 차재병 부사장이 직무대행 체제를 이끌고 있으나, 현재까지 사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KAI 노조는 사장 부재로 인해 KF-21 양산 준비, FA-50 수출, 수리온, 유지·보수·정비(MRO) 등 핵심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주잔고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26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3000억 원)보다 14.6% 늘었다. 상반기 신규 수주도 3조4052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689억 원) 대비 11.0% 증가했다.
2분기에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21) 최초 양산 잔여 물량, 필리핀 FA-50 추가 도입, 미국 콜린스 엔진 낫셀 부품 계약 등을 통해 수주가 확대됐다.
연내에는 KF-21 개발 진척과 FA-50 추가 수출 등 반등 여력이 남아 있다. 그러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기회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해 이를 극복하는 것 자체가 하반기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성수아 기자 sa358@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