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가 소주시장 참전을 공식 선언했다. 적자가득한 제주소주를 품에 안은 오비맥주는 먼저 해외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한국 소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주소주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소주는 2016년 190억 원에 이마트에 인수돼 ‘푸른밤’을 출시했다. 푸른밤은 ‘정용진 소주’로 이름을 날리며 출시 초기 300만 병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두터운 벽을 뚫는데 실패했다. 2016년 19억 원이던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20년 106억 원으로 불어났다.
제주소주는 신세계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하며 2021년 신세계L&B로 넘어갔다. 신세계L&B로 넘어간 뒤 제주소주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발을 빼고 소주 위탁생산(ODM)과 과일소주 수출에 주력했다. 하지만, 신세계L&B 품에서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세계L&B의 제조사업부(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21년 7억 원, 2022년 16억 원, 지난해 21억 원으로 매년 커졌다.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조550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5601억 원) 대비 0.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5.1% 감소한 2348억 원을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우선 제주소주의 해외 수출 루트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K문화 확산으로 소주 수출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유통망은 오비맥주의 다른 브랜드의 수출망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또 향후 오비맥주의 높은 가정·외식 유통망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도 도전할 여지는 있다. 다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높은 벽을 뚫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