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올해 주력 사업 수익성이 나빠졌다. 눈앞에 다가온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인적쇄신의 계기를 만들지 관심을 모은다. 좋지 않은 실적과 함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다수인 점은 적지 않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력 계열사 CEO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데다 이들이 그룹의 미래 구상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 소폭 교체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그룹 상장 계열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인 SK㈜를 포함해 19개 상장 계열사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94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1207억 원)보다 64.4% 줄었다. 시장 상황 급랭으로 영업이익이 14조 원 가까이 줄어든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감소율이 25.7%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감소한 SK그룹 계열사는 12개로 전체의 63.2%다. 특히 규모가 큰 주력 계열사의 수익성 하락이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 등 3개 계열사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하락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져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까지 1조1587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조3991억 원)보다 51.7% 감소했다. 감소액은 1조2404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1.6% 줄었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에서 정제마진 하락, 국제유가 약세 등 악재가 잇따른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나마 비정유부문이 제몫을 하면서 손익 악화를 줄였다.
SK텔레콤은 9475억 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소폭(3.0%) 줄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 원 이상 줄어든데 이어 수익성 하락이 이어졌다. 당기순이익은 65.9% 줄었다. SK하이닉스 지분법이익 감소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4.9%(13조9370억 원), 82.4%(10조75억 원) 감소했다. 영업이익 하락률과 감소액 모두 그룹 상장 계열사 중 가장 크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와 공급업체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SK㈜는 3분기까지 3조455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4조6017억 원)보다 24.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절반 이상 줄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 등으로 지분법이익이 크게 감소한 탓이 크다.
반도체용 실리콘 등을 제조하는 SKC 솔믹스, 부동산 개발기업 SK디앤디도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SKC 솔믹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59.9%, 81.7% 줄었다. 특히 3분기는 영업이익이 98.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SK디앤디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9.2% 줄었다. 이 회사의 실적 저하는 올해 회계기준이 변경돼 주력사업인 분양형 프로젝트 수익이 분양시점이 아닌, 인도시점을 기준으로 인식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및 기기 제조기업 드림어스컴퍼니(구 아이리버)도 2016년 이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플로)를 시작한 이 회사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 235억 원을 기록, 적자폭을 크게 키웠다.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233억 원)도 지난해 전체 손실규모를 넘었다.
반면, SK네트웍스와 SK디스커버리는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SK네트웍스는 3분기 누적 17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95.2% 늘렸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8억 원 적자에서 384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새로운 핵심사업인 홈케어(SK매직), 모빌리티(렌터카, 스피드메이트)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렌터카 사업 리스 회계 기준 변경, 지난 1월 인수한 AJ렌터카 연결효과를 감안해도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SK디스커버리는 1420억 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8% 증가했다. SK디스커버리 계열인 SK가스는 3분기까지 1420억 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달성, 99.4% 성장했다. SK케미칼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7.1% 늘었다. 바이오 에너지 부문의 해외 수출 증가 등으로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선전했다.
이밖에 반도체 등의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657억 원을 올리며 31.7% 상승했다. 당기순이익도 31.0% 늘었다. 물류 자동화 설비 등의 사업을 하는 에스엠코어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로 돌아서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엇갈린 실적 속에서 진행될 SK그룹 연말 정기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장동현 SK㈜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주력 계열사 3인방이다. 이들이 이끄는 3사는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공교롭게 3명 모두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교체보다 유임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보고 있다.
이들은 최태원 회장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동현 사장은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매끄럽게 수행해왔고, 박정호 사장은 SK텔레콤의 종합 ICT 기업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신사업 투자, 중간지주 전환 등 그룹 현안과 관련해 계속 중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사업 강화 등 SK이노베이션의 체질 개선에 힘써온 김준 사장의 경우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 중이라는 점에서 변화를 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모두 1960년 대 생으로 젊다는 점도 유임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밖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김영광 부산도시가스 사장, 함스테판윤성 SK디앤디 사장, 이근식 SK바이오랜드 대표,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도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박성욱 부회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12월 대표이사에 오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실적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극도로 악화됐고 재임기간이 짧다는 점이 감안돼야 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무리 없이 내실을 다져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오너가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공동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17년 3월 취임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 감소를 맛봤지만, 올 들어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그룹의 기획통으로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 사장은 렌탈 사업 위주로 SK네트웍스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며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어 연임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함스테판윤성 SK디앤디 사장은 2014년부터 5년 이상 대표이사를 맡아 상대적으로 장수 CEO에 속한다. SK가 스톡옵션 제도를 부활시키면서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은 CEO이기도 한 함스테판윤성 사장은 회계기준 변경의 영향을 배제하면 무난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CEO들은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를 제외하면 취임 첫 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SK그룹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높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광현 SK케미칼 사장과 전롱배 AJ렌터카 대표도 20% 대의 높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이기영 드림어스컴퍼니 대표는 취임 첫 해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회사가 디바이스 사업에서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이어서 일정부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사업 영역 확장에 따른 체질 개선과 신사업 안착, 조속한 수익성 개선이 과제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뮤직사업TF장과 아이리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하다 지난 3월 드림어스컴퍼니 CEO에 올랐다. 1976년 생으로 SK그룹 상장 계열사 CEO 중 나이가 가장 적다.
한편,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를 CEO 평가에 주요하게 반영하는 것이 연말 정기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또 다른 관심사다. SK그룹은 올해부터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임원 핵심성과지표(KPI)에 50% 반영하기로 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