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LG생활건강 매출 7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연결 기준 매출 규모는 직전년도 대비 13.9% 증가한 7조6854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5일 데이터뉴스가 LG생활건강이 공시한 지난 10년 간의 IR(Investor Relation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연결 기준 LG생활건강의 매출 규모는 1년 전(6조7475억 원)보다 13.9%, 9년 전(2조8265억 원)보다 171.9% 증가한 7조6854억 원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의 매출 규모가 7조 원을 돌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규모(연말 기준)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연속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급감 및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실적 상승세를 유지했다.
실제로 2010년 2조8265억 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매출 규모는 3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더니 2013년 4조3263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4조 원' 시대를 열었다. 2년 뒤인 2015년엔 5조3285억 원, 1년 뒤인 2016년 6조94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신기록을 매년 갱신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업황 악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던 2017~2018년에도 각각 6조1051억 원, 6조747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 가도를 이어왔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매출(7조6854억 원)은 1년 전보다 13.9%, 9년 전보다 171.9% 성장한 규모며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1.8%에 달한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 역시 매년 최고치를 갱신했다. 2010년 기준 3468억 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 규모는 2018년 1조393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는 1조176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2%, 9년 전보다 239.2%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0년 2370억 원에서 2019년 788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9%, 9년 전보다 232.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4.5%, 14.3%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인건비 증가 등으로 판매관리비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을 낮춰 수익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LG생활건강은 총 1조3338억 원을 매출원가 항목으로 지출했는데, 이 이간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47.2%다.
이듬해인 2011년엔 매출원가율이 50.2%까지 증가했으나 2016년 39.9%까지 하락한 이후 38~43%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해 왔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의 매출원가율은 38%로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덕분에 판매관리비 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을 오히려 개선됐다.
LG생활건강은 2010년 1조1459억 원을 판매관리비로 지출했는데 이 기간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40.5%였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지난 2019년 기준 LG생활건강의 판관비율은 46.7%를 기록했다. 9년 전보다 6.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9년 전보다 9.2%포인트 하락하면서 매출가율과 판관비율을 합산한 지출 비중은 2010년 87.7%에서 2019년 84.7%로 3%포인트 하락했다.
지출 감소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010년 12.3%에서 2019년 15.3%로 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률 역시 8.4%에서 10.3%로 1.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 역시 큰 폭으로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통상적으로 100% 미만일 경우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2010년 기준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130.3%였다. 2013년 132.8%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세를 기록해 지난 2018년 말에는 46.8%까지 하락했다. 지난 2019년에는 53.3%로 직전년도 대비 6.5%포인트 상승했지만 9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하면 7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또 현금성 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단기·유동성 차입금 규모를 앞질렀다.
2010년 LG생활건강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444억 원이다. 같은 기간 단기·유동성 차입금 규모는 1556억 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보다 3배가량 많았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6471억 원으로 9년 사이 1357.4% 늘었다. 같은 기간 단기·유동성 차입금 규모 역시 151.4% 증가한 3912억 원을 기록했으나, 현금성 자산 규모가 2559억 원가량 많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LG그룹 내 최장수 CEO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1953년생인 차 부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1985년 피앤지로 입사해 1998년 피앤지 쌍용제지 대표이사 사장, 1999년 미국 피앤지 한국총괄 사장 2001년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04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1년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5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어 온 차 부회장은 대표 브랜드 '후'를 내세워 중국 등 해외 시장에 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뷰티 사업부문에서만 4조74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직전년도(3조9054억 원) 대비 21.5% 성장한 규모로 차 부회장이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