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무릇은 여리고 약하지만 바람에 꺾이지 않는다. 사진=조용경
따스한 봄날,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는 골짜기를 걷노라면 연두색의 여리고 긴 줄기 끝에 노란색의 별처럼 생긴 작은 꽃이 반짝하고 눈에 띕니다.
‘중의무릇’ 입니다.
서양에서는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라고 부른답니다. 성탄의 밤에 동방박사들을 아기 예수에게로 인도한 바로 그 별 말입니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야생화 가운데 가장 멋지고, 성스러운 이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의무릇’은 외떡잎식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중의무릇을 베들레헴의 노란별이라고 부른다. 사진=조용경
이른 봄, 땅속의 비늘줄기에서 칼 모양의 긴 연둣빛 잎이 하나가 나오고, 역시 하나의 긴 줄기가 솟아올라 두세 갈래로 갈라져서, 그 끝에 노란 별을 닮은 파스텔 톤의 꽃이 하나씩 달립니다.
가벼운 바람에도 쉬지 않고 살랑거리는 그 모양이 얼마나 여리고 가냘픈지, 가슴이 저릴 정도랍니다.
꽃의 지름은 1~1.5 ㎝ 정도인데, 햇볕이 따스해지는 낮에 꽃을 피우며, 어두워지면 이내 꽃을 닫습니다. 6장의 꽃잎이 있는데, 꽃잎의 뒷면에는 녹색이 감돕니다.
여섯 개의 수술이 있고, 암술은 하나입니다.
“언 땅을 녹이면서 푸른 잎 솟아나와/ 꽃샘바람 흔들어도 꽃대를 올리더니/ 밤하늘 별처럼 고운 노란꽃을 피웠네/ 적막한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을 던져/ 구세주 탄생 알린 베들레헴 그 별처럼/ 새봄이 오고 있노라 온 몸으로 외치네”
어줍잖은 이 시조에서 '중의무릇' 그 여린 모습이 연상되시는가요?
중의무릇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일편단심이다. 사진=조용경
사찰에서는 '오신채'라 하여 파나 마늘처럼 향이 강하고 양기를 돋우는 야채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늘 대신 이 꽃의 잎을 향신료로 사용한다고 해 '중의무릇'이라는 특이한 이름이 유래됐다고도 합니다.
비늘줄기는 '정빙화'(頂氷花)라고 하며, 한방에서는 심장병이나 진정, 진통제 혹은 자양강장제로 약용한다고도 합니다.
중의무릇의 꽃말은 ‘일편단심’입니다. 작은 바람에도 끊임없이 흔들릴 정도로 연약하지만, 절대로 꺾이지는 않는 강인함을 나타내주는 듯합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