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는 400만년 전부터 존재해 온 식물이라고 한다. 사진=조용경
이른 봄, 동네 주변의 풀밭이나 논두렁 밭두렁을 거닐다 보면 뱀 대가리 같기도 하고, 작은 붓 같기도 한 꽃들이 솟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속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 '쇠뜨기'입니다.
이 뱀 대가리처럼 보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포자낭(胞子囊)'이라고 합니다.
쇠뜨기는 400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온 생명체로, 흑갈색의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어 나가며 번식합니다.
생명력과 번식력이 대단히 강해서, 일단 쇠뜨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제초제도 소용이 없고, 부지런히, 눈에 보이는 대로 뽑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요.
이른 봄에 올라 온 줄기(생식줄기)가 자라며 끝에 포자낭 이삭을 만듭니다. 이것이 뱀 대가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줄기의 마디마다 비늘처럼 생긴 작은 잎이 돌려나 있습니다.
쇠뜨기는 이른봄 풀밭에서 뱀 대가리처럼 솟아오른다. 사진=조용경
포자낭 이삭 안쪽에 6~7개의 포자낭이 있고, 그 포자낭이 신축 운동을 하면서 포자를 멀리까지 퍼뜨린다고 합니다.
이 생식 줄기가 시들어 없어지면서 녹색의 영양 줄기가 나와 30~40cm까지 자라는데, 속은 비어있고, 마디마다 작은 가지와 비늘잎이 돌려나기로 나 있습니다.
소가 잘 먹는 풀이라고 하여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뱀밥'이라고도 부릅니다. 생식 줄기는 식용으로도 쓰이고, 영양 줄기는 한방에서 이뇨제로 사용한다네요.
쇠뜨기는 세대교번을 하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세대교번이란 생식 방법이 다른 세대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쇠뜨기는 생식줄기와 영양줄기가 번갈아 돋아나는 세대교번 식물이다. 사진=조용경
쇠뜨기의 꽃말은 ‘되찾은 행복’이라고 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꽃말이 시상을 떠올려 주네요.
“논두렁 밭두렁에 솟아난 뱀 대가리/ 붓처럼 꼿꼿하게 억겁을 살았다지/ 소들이 즐겨뜯어서 얻은 이름 쇠뜨기/ 끈질긴 생명력에 잡초처럼 밟히지만/ 원자폭탄 휩쓸고 간 절망의 땅에서도/ 파릇이 돋아나와서 꽃 피웠네, 새 소망”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사람들은 그곳이 절망의 땅이 될 것이라며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이듬해 봄에 공원 주변에서 초록색의 식물이 돋아나기 시작했다지요.
히로시마 사람들은 거기서 희망을 보고 새로운 도시를 재건하기 시작했다는데, 그 식물이 바로 쇠뜨기였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