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주머니는 예전 어린소녀들이 허리춤에 차던 괴불노리개를 닮았다. 사진=조용경
괴불노리개, 혹은 괴불주머니라는 걸 보신 적이 있나요?
예전에 여성들이 한복을 입을 때 주로 여자아이들이 색색의 비단 헝겊으로 만든 조그마한 삼각형 주머니를 끈에다 꿰서 허리춤에 매다는 노리개를 말합니다.
봄꽃들이 다투어 필 무렵이면 산자락이나 계곡 주변에서 깃털처럼 생긴 무성한 잎들 사이에 '괴불주머니'를 닮은 노란색의 꽃들이 주저리주저리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이 바로 '괴불주머니' 랍니다. 쌍떡잎식물이며, 현호색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지요.
이름도 그렇지만, 꽃말도 역시 '보물 주머니'랍니다.
괴불주머니는 이른 봄에 피는 현호색과에 속하는 꽃이다. 사진=조용경
괴불주머니는 습기가 많은 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속이 비어 있습니다. 연약한 편으로 대체로 비스듬히 자라나며, 키는 15~50cm입니다. 윗부분으로 올라가면서 많은 가지를 칩니다.
잎은 길쭉한 계란형으로 두 차례에 걸쳐 깃꼴로 깊숙하게 갈라집니다. 잎에는 털이 없고 윤기가 납니다.
4~5월에 걸쳐 노란색의 꽃이 현호색처럼 총상(總狀)꽃차례로 달립니다. 아래쪽에 긴 꿀주머니가 있으며, 2cm 내외의 노란색 꽃은 앞쪽이 입술 모양으로 벌려져 있고 윗입술보다는 아랫입술의 크기가 작습니다.
수술은 6개이며 좌우로 3개씩 뭉쳐져 있습니다.
괴불주머니의 꽃이삭을 들여다보면, 노란색의 꾀꼬리 새끼들이 하나의 가지에 엉덩이를 마주 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이를 달라고 입을 쫙쫙 벌린 것 같기도 합니다.
괴불주머니는 노란 꾀꼬리들이 엉덩이를 맞대고 줄지어 앉아있는 듯하다. 사진=조용경
괴불노리개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절로 시흥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봄 오는 산자락에 노란색 주머니들/ 가녀린 줄기 끝에 오종종 모여앉아/ 꾀꼬리 새끼들마냥 봄 노래를 부르네/ 노란색 비단 조각 오색실로 꿰매어서/ 무성한 푸른 잎에 환하게 달아놓은/ 황금빛 괴불노리개, 봄은 정녕 왔는가”
스스로 보아도 좀 유치하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우리나라의 중부와 남부 전역에 자생하며,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광범위하게 분포합니다.
뿌리를 비롯한 전초를 약재로 쓰는데, 특히 한방에서는 뿌리를 국화황련(菊花黃連)이라고 부릅니다. 해열, 해독, 진경 효과가 있고,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유독성이어서 나물로는 먹을 수 없습니다.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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