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세대교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제약업종 상장사 대표 10명 중 3명이 오너 2세와 3세로, 창업자 CEO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데이터뉴스가 제약업종 139개 상장사 대표이사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출신 이력이 파악된 155명 중 82명(52.9%)이 오너일가로 조사됐다. 대표를 맡고 있는 오너 2, 3세는 전체의 29.1%인 45명으로, 창업자 CEO(31명)보다 14명 많았다.
오너 2세는 35명으로 전체 CEO의 22.6%를 차지했다. 오너일가 CEO 중에서는 42.7%가 오너 2세다. 이들 중 20명이 각 기업의 최대주주다.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가 대표적인 오너 2세 CEO다. 허 대표는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1954년 5월 태어났다. GC녹십자,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역임했다. 형인 허영섭 전 GC녹십자 회장의 뒤를 이어 GC녹십자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허 대표는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1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도 오너 2세의 대표주자다. 1969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난 최 대표는 최수부 광동제약 창업주의 외아들이다. 최수부 회장이 2013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타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광동제약은 그간 비타500, 삼다수 등 음료사업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최 대표는 제약사업부문의 수익성을 증가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1972년생으로 미국 보스턴칼리지 생화학과를 졸업한 후 한미약품에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한미약품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임성기 회장과 함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공동대표에 올랐다.
오너 3세는 10명(6.5%)으로 조사됐다.
제약업계 오너 3세 경영자 가운데 이경하 JW홀딩스 대표가 맏형격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창업주인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2007년부터 JW중외제약의 투자사업부문과 해외사업부문 등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지주회사 JW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녹십자는 허은철 단독대표 체제로 오너 3세 경영을 하고 있다. 허 대표는 허채경 창업주의 손자이자 허영섭 녹십자 선대 회장의 차남이다. 허 대표의 동생인 허용준 사장도 녹십자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오너 3세 CEO 중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허용 삼일제약 창업주의 손자, 허강 회장의 장남),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유특한 유유제약 창업주의 손자, 유승필 유유제약 대표의 장남)는 각 기업의 지분 11.19%, 13.33%씩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회사를 창업한 뒤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는 창업자(부인 포함)는 31명(20.0%)으로 집계됐다.
경동제약(대표 류덕희·류기성), 고려제약(대표 박해룡·박상훈), 대원제약(대표 백승호·백승열), 삼아제약(대표 허준·허미애), 안국약품(대표 어준선·어진) 등 15개 기업은 2명의 대표이사가 모두 오너일가의 부자, 모자 또는 형제로 구성됐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의 47.1%인 73명은 전문경영인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유한양행은 지난 3월 조욱제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 김영주 종근당 대표, 우종수·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도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