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 첫 여성 CEO가 등장하고, 최장수 CEO의 용퇴가 뒤따랐다. 또 고객가치를 위한 조직이 강화됐다. 구광모 회장이 2018년 LG그룹 총수에 오른 뒤 5번째인 올해 그룹 인사는 구 회장의 색깔이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LG그룹은 지난 23일과 24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LG그룹은 2023년 임원인사는 LG의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 전진배치하며 ‘미래 설계’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고 5년, 10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 준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일관성 있게 ‘미래 설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LG는 미래 준비 관점에서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주도할 수 있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재들을 대폭 늘렸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70% 이상이 신규 임원이다.
특히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소프트웨어 포함) 분야의 신규 임원은 31명이고, 신규 임원 114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했다.
이는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고 조직에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LG의 설명이다.
이번 인사는 구광모 회장이 최근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업보고회에서 “사업의 미래 모습과 목표를 명확히 해 미래 준비의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미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필요한 인재 발굴,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LG는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끌 핵심사업에서 승진 인사를 확대했다.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29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으며,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고 있는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도 7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세계 1위 가전사업은 더 경쟁력을 높이고, 최근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장(VS)사업은 더 높은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인재를 선발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LG이노텍과 LG CNS 등에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탁했다.
LG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CEO를 대부분 재신임하는 한편, CEO 4명을 신규 선임하며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왼쪽부터)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 LG화학 CFO 겸 CRO 차동석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김동명 사장, LG생활건강 CEO 이정애 사장 / 사진=LG그룹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R&D, 생산 등을 거치고 사업부장과 사업본부장을 맡아온 생활가전 전문가다. 2021년부터 H&A사업본부장을 맡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며 생활가전 세계 1위 달성에 기여했다.
LG화학 CFO 겸 CRO 차동석 사장은 LG화학, ㈜LG, 서브원 등을 두루 거친 재경 전문가다. 다양한 사업의 성공적인 인수·합병·분할에 기여했고, 경영 리스크 예방과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바탕으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 LG화학의 미래 전략 추진을 지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김동명 사장은 소형전지와 자동차전지를 두루 경험한 배터리 전문가다. 전기자동차용 원통형전지사업의 기반을 마련했고, 자동차전지사업을 맡아 주요 고객사 수주 확대, 글로벌 OEM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추진을 통해 성과를 창출했다.
LG생활건강 CEO 이정애 사장(현 코코콜라음료 대표이사 부사장)은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LG생활건강의 주요 사업을 두루 경험하며 핵심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했다. LG생활건강 CEO로 보임해 화장품 사업의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정애 사장을 포함해 4명의 신규 CEO가 선임됐다.
LG CNS CEO 현신균 부사장(현 LG CNS D&A사업부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및 LG디스플레이 CIO, LG CNS CTO 등을 맡으며 IT서비스 전 영역의 기술·사업 경험을 보유한 IT 전문가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데이터 등 미래사업을 확대하고 클라우드 시장에서 선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지투알 CEO 박애리 부사장(현 지투알 Account Services1사업부문장)은 ATL(Above The Line) 분야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해 왔으며,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 지투알의 변화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팜한농 CEO 김무용 전무(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Primary Care사업부장)는 생명과학 분야 R&D·전략을 두루 경험한 사업가로, 과거 LG화학 바이오담당으로서 그린 바이오 사업 전략을 주도했다. 앞으로 팜한농 사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해외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구광모 회장은 오랜 기간 LG그룹을 이끌어온 이전 세대 주역들과 차근차근 이별하면서 이처럼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구 회장 체제에서 5명의 부회장이 용퇴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고, 이듬해인 2019년 9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자리를 내줬다. 또 같은해 말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020년 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용퇴했다.
이번에는 2005년 LG생활건강 CEO로 취임해 LG생활건강을 이끌면서 17년 연속 성장 기록을 세운 차석용 부회장이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LG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정애 LG생활건강 CEO와 박애리 지투알 CEO 등 2명의 여성 CEO를 선임했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하는 정책에 따라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임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 임원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29명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64명으로 늘어나며 2배 이상 증가했다.
LG는 이번 연말 인사와는 별도로 올해도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19명의 외부 인재를 지속적으로 영입해 기존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영입한 외부 인재는 총 86명이다.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를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하고, LG유플러스는 LSR/UX담당을 LSR/UX센터로 격상시켰다.
LG는 고객 최접점인 CS(고객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멕시코, 인도 등 해외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앞장서 온 LG전자 장태진 상무를 발탁했다. CS 분야 임원 수는 2018년 3명에서 이번 승진자를 포함해 8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LG는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사업 기본기인 품질과 안전환경의 중요성을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 손춘기 상무 등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 10명을 중용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