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가 경영 첫 해인 2023년 중국시장 침체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화장품 리브랜딩, 북미 구조조정, 대체시장 진출 강화 등 재도약의 토대를 만드는데 힘써 경영 2년차인 내년 실적 반등을 노린다.
2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생활건강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323억 원으로, 전년 동기(5822억 원) 대비 25.7% 하락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이 늦어졌고 최근에는 확연한 경기 침체로 접어들어 타격이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111억 원으로, 전년(1조2896억 원) 대비 44.9%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1.7% 하락한 7조1858억 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는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화장품 사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91억 원으로, 전년(8760억 원) 대비 64.7% 하락했다. 올 1~3분기도 지난해 같은 기간(2299억 원)보다 39.5% 감소한 1391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은 연초에 발표했던 올해 영업실적 전망치를 최근 수정 공시했다. 매출은 7조3000억 원에서 6조9000억 원으로 4000억 원(5.5%) 줄였고, 영업이익은 7300억 원에서 4700억 원으로 2600억 원(35.6%) 낮췄다.
이정애 대표는 LG생활건강이 매년 성장하던 실적이 꺾이고 뚜렷하게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CEO로 선임돼 실적 개선이라는 당면과제를 부여 받았다. 특히 18년 간 LG생활건강 성장을 주도했던 차석용 전 대표가 물러난 후 부임해 재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첫 해 실적 하락을 막지 못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반면, 취임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적 반등의 토대를 만드는데 집중해 내년 이후 이같은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관심을 모은다.
LG생활건강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H&B 스토어 확장에 주력했다. 최근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가맹사업을 철수했다. 이들 매장에서 타사의 제품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로 전환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태국 등 해외 활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색조 화장품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VDL, 글린트 바이 비디보브, 프레시안 등을 앞세워 일본에 진출해 있다.
지난 9월에는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회사 지분 75%를 425억 원에 취득했다. 힌스의 지난해 매출은 218억 원으로, 절반이 일본에서 나온다.
화장품 리브랜딩도 진행하고 있다.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를 '더 후'로 변경했다. 더후의 대표 제품 라인인 '천기단'을 리뉴얼 해 중국에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